후계자에 무한 신뢰 보낸 버핏…"벅셔 지분, 1주도 팔지 않을 것"

1 day ago 6

< 은퇴 발표하는 버핏 > 3일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60번째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CNBC 캡처

< 은퇴 발표하는 버핏 > 3일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60번째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CNBC 캡처

“그레그가 연말께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할 때가 왔습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CHI헬스센터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주총 질의응답이 끝나갈 무렵 “내일(4일) 우리는 벅셔해서웨이 이사회를 연다”며 올해 말 은퇴를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에 4만여 명을 수용하는 행사장은 잠시 침묵에 휩싸였지만 수만 명의 주주와 팬은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벅셔해서웨이 주총에는 버핏의 투자와 삶의 지혜를 듣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인파가 몰린다. 올해 60회를 맞은 이번 주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속에 버핏의 발언에 더욱 큰 관심이 쏠렸다.

◇“역대 최대 현금 보유…새 투자처 물색”

이날 주총에서 벅셔해서웨이는 올 1분기 96억4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112억달러)보다 14%가량 감소했다. 캘리포니아 산불에 따른 보험 이익 감소가 주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총매출은 897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0.2% 감소했다. 올 1분기 벅셔해서웨이는 국채, 투자 지분 매각분 등 현금성 자산을 약 3477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렸다. 작년 말 3342억달러에서 약 130억달러가량 증가했다.

이날 버핏 회장은 새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해 애플·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대폭 줄였고, 이번 1분기까지 열 분기 연속 보유 주식 순매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상위 5개 기업에는 여전히 애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주총에서 버핏은 “부끄럽지만 팀 쿡(애플 CEO)은 제가 평생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벅셔에 벌어줬다”며 “그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쿡 CEO는 주총 직후 X(옛 트위터)를 통해 “워런 같은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그를 알게 된 것은 내 인생에서 큰 특권이었다”고 화답했다.

버핏 회장은 연말 CEO 업무에서 물러나지만 이사회 회장직은 유지하고 회사 주식도 대부분 보유할 계획이다. 버핏 회장은 “은퇴해도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단 한 주도 팔 계획이 없다”며 “이는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벅셔해서웨이를 더 잘 이끌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버핏의 은퇴 선언에 뉴욕타임스는(NYT)는 “이사회가 (은퇴) 계획을 승인하면 현대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 중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투자자 중 한 명의 시대가 끝난다는 의미”라고 논평했다.

< 주주 4만명 집결 >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CHI헬스센터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수많은 주주가 모여들었다. 올해 60회를 맞이한 주총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을 비롯해 주주 1만6200명 등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로이터연합뉴스

< 주주 4만명 집결 >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CHI헬스센터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수많은 주주가 모여들었다. 올해 60회를 맞이한 주총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을 비롯해 주주 1만6200명 등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 겁먹지 말아야”

이날 주총 질의응답에선 지난달 미국 증시의 기록적 급락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버핏 회장은 “지난 30일, 45일 동안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벅셔해서웨이를 60년간 운영하는 동안 회사 주가가 펀더멘털(내재 가치)에 문제가 없는 데도 세 번이나 ‘반토막’ 났다는 점을 환기했다. 이어 “(이번 급락은) 큰 변화가 아니고 극적 약세장이나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냥 주식시장의 한 부분”이라면서 “감정이 투자를 좌우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후계자에 무한 신뢰 보낸 버핏…"벅셔 지분, 1주도 팔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선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버핏 회장은 “무역이 전쟁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이) 세계 다른 국가들과 무역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75억 명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3억 명의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은 옳지도 현명하지도 않다”며 “세계의 (미국 외) 나머지가 더 번영할수록 그게 우리의 희생으로 인한 것이 아니어도 우리도 더 번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핏은 자율주행차 같은 기술 발전이 벅셔해서웨이 사업에 미칠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오마하=김종학 한국경제TV 특파원/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