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글로벌 자본의 최고 목적지입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이 최근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투매)’ 움직임을 수습하고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글로벌 자본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뉴욕증시와 미국 국채 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인 데다 한때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진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 모두 번영”
이날 베선트 장관은 몇 달 전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 기조를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의 정책들이 미국 내 장기 투자를 견인하는 ‘하나의 엔진에서 맞물린 부품’”이라고 주장했다. 무역, 세금 감면, 규제 완화는 독립적인 정책이 아니라, 미국 경제에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아래에서 “메인 스트리트와 월 스트리트 모두 번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베선트 장관이 한 때
하지만 이후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에 제조업을 가져오기 위해 관세정책을 시행했지만 이로 인해 주식 및 채권 가격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 시장의 변동성을 언급하며 상호관세 시행을 90일 유예하기도 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을 “글로벌 자본의 최고 목적지”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이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도 더 많이 소비해야
베선트 장관은 관세를 통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과 이에 따른 미국의 고립 사이의 균형점과 관련해 “두 가지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무역 (정책) 퍼즐에서 중국은 분명히 가장 큰 조각이며 아름다운 재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제조업을 원하고, 중국은 더 많은 소비 즉 내수 부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베선트 장관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분야에서의 주도권 싸움에선 중국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이 양자와 AI에서 이기지 못하면 다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고, 우리가 거기서 시대를 잃으면 중국이 따라잡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암묵적인 안보 보장
베선트 장관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협정이 지니는 의미도 이 자리에서 설명했다. 그는 “이번 협정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는 미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상징이 될 것이고, 더 많은 재정적 약속에 회의적인 미국 국민들에게는 우크라이나와 공동 번영을 할 수 있다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은 암묵적인 안보 보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정을 두고 “중국이 하는 탐욕스러운 거래 중 하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을 빌려주고 해당 국가의 광물을 소유하겠다는 게 중국의 거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분 투자하는 경제적 파트너십이란 점도 함께 강조했다.
금융규제 완화 추진
베선트 장관은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프라이빗 크레딧이라고 불리는 사모 신용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사모 신용이란 은행이 아닌 투자회사(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등)가 돈을 빌려주는 시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긴 대출 공백을 이들이 채우고 있다.
한편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미 국채금리와 관련해선 “미국 정부의 신용 리스크가 사라지면 금리는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선트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혀온 대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급등 사태에 대해서는 “많은 레버리지 플레이어들이 매우 큰 포지션을 쌓았고, 불확실성과 충격이 발생하며 시장에서 나갔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가 시도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신용 위험을 없애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금리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한쪽의 목표는 정부 차입을 느리게 줄여나가며 매년 적자를 1%씩 줄이고, 그렇게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장기 평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3.5%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부 지출과 고용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 중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를 재조정하고 정부에서 감축된 과도한 고용이 민간 부문에 유입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