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1970년대만 해도 어린이 인구 비중은 43%, 65세 이상은 3%로 세계 각국과 비교하면 젊은 나라에 속했다. 그런데 지금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어린이 비중의 2배다. 지금 같은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면 25년 후엔 어린이 인구는 8%로 쪼그라들고 65세 이상은 40%로 불어날 전망이다. 연령대별 인구 분포가 아래는 좁디좁고 위로 갈수록 비대해지는 역삼각형 형태로 바뀌고 있다. 부양 부담만 커지는 암울한 인구 구조다.
▷어린이 행복도도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2024 아동행복지수’에서는 어린이 행복도가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공부는 권장 학습 시간보다 더 오래 하고, 잠은 적정 수면 시간보다 훨씬 적게 자는 생활 습관 탓이 크다. 기저귀 떼기 전부터 사교육을 시작해 영어 유치원 입학을 위한 ‘4세 고시’, 유명 영어와 수학 학원 수강용 ‘7세 고시’를 거쳐 초등학생이 되면 수학 문제가 수능 만점자도 풀기 어렵다는 ‘초등 의대반’을 준비하는 세태다.
▷공부만 하고 놀지 않는 아이가 건강할 리 없다. 밤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스마트폰 하느라 불면증을 겪는 어린이는 13%이고, 소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초등학생도 10만5000명으로 4년 전보다 2.3배로 늘었다. 영유아 사교육 열풍이 뜨거운 서울 강남 3구 9세 이하 어린이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은 4년새 3배로 늘었다.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지나친 선행학습은 뇌 기초공사를 할 시기에 고층 빌딩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학습 능력과 감정 조절 기능이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마음의 병을 얻고 무너진다는 것이다. 돈 써서 아이 망치고 있는 셈이다.▷행복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방과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53분 길고, 운동하는 시간은 17분 길었으며,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38분 짧았다. 일하는 어른들도 워라밸을 챙기면서 왜 한창 뛰어놀 아이들에겐 놀 권리를 주지 않나. 행복하게 자란 아이가 커서도 행복하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아이도 낳고 싶어진다. 적게 낳아 불행하게 키우는 바보짓은 이제 그만하자.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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