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완준]3년 새 7번째 국힘 비대위와 비주류 안철수 혁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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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나라당 시절부터 10년간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등장한 것은 8번이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박근혜 비대위, 2020년 총선 참패 뒤 꾸린 김종인 비대위 등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2022년 이후 최근 3년은 더 자주 비대위가 등장했다. 22일 출범한 송언석 비대위는 그 3년간 7번째였다. 그사이 선출된 당 대표는 김기현, 한동훈 전 대표 등 2명뿐이었다.

▷김 전 대표가 9개월, 한 전 대표가 5개월을 했으니 당에 정식 대표가 있었던 기간은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민주화 이후 다섯 번 집권했고 원내 1, 2당을 오간 정당의 리더십이 붕괴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런 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집권 시기와 겹친다. 그 시작은 윤 전 대통령과 갈등했던 이준석 대표를 밀어낸 뒤 잇따라 들어선 주호영, 정진석 비대위였다. 훗날 윤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된 친윤 정 위원장의 당시 일성은 무조건 대통령 뜻을 따르자는 “당정 일체”였다.

▷돌이켜 보면 친윤이 똘똘 뭉쳐 대통령을 싸고돈 것이 화의 근원이었다. 정 위원장 체제 때 경선 초반 지지율 꼴찌였던 김기현 의원은 친윤계의 조직적 지원 덕분에 대표가 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총선 때 김건희 여사 문제 등으로 윤 전 대통령과 충돌했지만 당초 한 위원장 추대로 분위기를 몬 것은 친윤계였다. 대선 후보 교체 시도 파동으로 물러난 친윤 권영세 위원장까지 대부분 지도부는 ‘윤심’과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49일의 짧은 임기를 마친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며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날 선 표현으로 친윤계를 겨냥한 배경이다. 당에 대한 절대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던 윤 전 대통령, 그에 영합해 당권을 차지하려 했던 친윤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당을 ‘용산출장소’로 전락시켰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공천으로 충성을 강요하는 줄 세우기 정치’, ‘권력자에 기생하는 측근정치’ 등을 낡은 정치 폐습으로 꼽았는데, 모두 친윤계가 보였던 모습과 무관치 않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정치를 타파하고 기득권이 와해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친윤이 여전히 주류를 자처하는 국민의힘에 그런 동력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대선 때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안철수 의원이 어제 당 쇄신을 지휘할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그 역시 김 전 위원장처럼 당내 세력이 약한 비주류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이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의식 불명) 상태에 놓여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가 ‘얼굴 마담’을 넘어 의사 출신답게 보수 재건의 진짜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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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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