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10→20→54→104→125→145%→“中에 잘해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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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54%→104%→125%→145%.’ 올 1월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매긴 관세율은 가파르게 올랐다. 보편관세, 상호관세, 보복관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4월 초 한국(25%), 일본(24%) 등 60여 나라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는 시행 3시간 만에 90일 유예가 발표됐다. 이런 식의 관세 정책은 전략적 로드맵 없이 트럼프가 그때그때 만난 참모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됐다는 보도도 있다. 주먹구구 정책으로 물러난 이는 없었으니,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거침없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90일 동안 90개국과 무역협정을 맺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앞둔 24일 현재 실제 체결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미국은 이번 주 한국 일본 태국 인도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동맹국과 우방국 먼저’라는 미국의 제안에 따른 것인데, 관세 외에도 안보와 투자까지 패키지 딜로 다룰 수 있어서 단기간에 결론짓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궁지에 몰리다 보니 트럼프로선 체면 불고하고 생각을 뒤집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22일 145% 대중국 관세에 대해 “그렇게 높게 유지될 수 없다. 중국을 매우 잘 대해줄 거다”라고 말했다. “중국 하기에 달렸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선제적인 유화 제스처였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교체 가능성을 흘렸던 제롬 파월 연준(FRB) 의장에 대해서도 “교체할 뜻이 없다”고 돌아섰다. 145%라는 상식 밖 관세를 매기거나, “언제 그를 해고(termination)하더라도 빠른 게 아니다”라고 할 때의 호기로움은 안 보였다.

▷트럼프의 변덕은 미국과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한 결과다. 그는 “참 아름다운(beautiful) 단어가 관세인데, 관세를 매겨 다시 부자가 되자”며 관세 전쟁의 승리를 당연시했다. 안보 이슈에서도 “내가 취임하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은 몇 주 내로 끝난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트럼프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충성파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세운 불가능한 목표를 두고 “이건 어렵다” “달리 접근해 보자”는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트럼프를 실제로 멈칫하게 만든 것은 시장의 힘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발표할 때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개인투자자, 연금가입자의 자산이 줄어드는데 버틸 정치인은 없다. “중국 제품이 안 들어오면 2주 뒤엔 매대가 텅 빌 수 있다”는 대형 유통사 사장들의 경고에 트럼프는 위축됐다. 트럼프의 오락가락은 국제질서에 예상보다 더 큰 리스크를 안겼다. 그렇다면 시장의 힘을 절감한 트럼프가 속도 조절에 나설까.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혼란이 큰 약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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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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