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휩쓸고 있는 K푸드
K푸드 ‘짝퉁’ 위협… 수성전략 마련해야
네덜란드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14시간 거리다. 국토 면적이 남한의 5분의 2, 전체 인구는 1835만 명이며 수도 암스테르담 인구는 92만 명이다. 2021년 기준 네덜란드에 사는 재외동포 수는 9473명에 불과하다. 미국에 있는 재외동포가 263만 명, 중국에 235만 명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이런 곳에서 신라면, 비비고만두, 종가집김치, 메로나 등의 인기가 절정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박 씨가 처음 암스테르담에 정착했을 때는 한국 라면조차 먹기 쉽지 않았다. 라면을 수입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 한국에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얻어먹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네덜란드의 오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네덜란드인들이 휴양지로 많이 찾는 태국보다도 덜 알려진 아시아 국가였다.
상황이 변한 건 불과 3, 4년 전이었다. 네덜란드 청소년들이 K팝과 K드라마를 즐겨 보기 시작하더니 곧 K푸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최대 마트 체인점 ‘알버르트 헤인’ 냉장 매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한국 만두와 김치가 있고 한국 라면 매대가 별도로 만들어졌다. 짜장라면, 초코파이, 아이스크림 메로나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이고 암스테르담 도심에 있는 카페테리아의 인기 메뉴가 김치샌드위치라는 게 박 씨가 전한 암스테르담의 K푸드 열기다.식문화는 그 나라 문화상품 수출의 선봉대 역할을 한다. 서울에 일식당이 들어서고 일본어 간판이 늘어난 것처럼 암스테르담 중심가에도 ‘KOREAN BBQ(코리안 비비큐)’, ‘KOREAN BAR(코리안 바)’ 등으로 K푸드를 알리는 음식점과 한글과 태극기가 등장했다.
식문화가 수출되면 동시에 현지화와 세계화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K푸드 정체성이 훼손되기도 한다. 암스테르담의 K푸드 식당 중에도 중국인 등 아시아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꽤 된다고 한다. 특히 자금력이 막강한 중국인들이 암스테르담 중심가를 장악하면서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K푸드 음식점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부 K푸드 식당에서는 중국 등에서 널리 쓰이는 향신료인 고수 맛이 강한 변형 K푸드도 등장했다. 한국인인 박 씨는 맛을 구별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은 이 음식을 한국의 맛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세계 시장의 K푸드 상품 역시 ‘짝퉁 상품’의 위협을 받고 있다. 라면의 원조로 불리는 일본의 닛신식품은 지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볶음면’을 내놓고 한국풍(韓國風)이라는 문구를 넣어 짝퉁 논란이 일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서 303건의 한국식품기업 상표 무단 선점 사례가 확인됐다. 원조를 위협하는 짝퉁 제품은 문화 상품의 세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K푸드를 지키려면 해외 상표권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제대로 된 한국의 맛을 알리기 위해 우리가 더 뛰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 2년이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해외 시장 공략에 열을 올렸지만, 앞으로는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한국의 맛을 인증하는 마크를 한국 식당에 부착하는 식으로 브랜드와 품질을 관리하는 수성(守城)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공들여 키운 K푸드의 과실을 남에게 뺏기는 일을 겪지 않는다.김기용 산업2부장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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