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서 중국 측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지만, 중국은 양식시설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영유권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이 문제가 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공동 인식 아래 각급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측은 문제의 구조물이 민간기업의 양식용 시설일 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중 간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만큼 철거해 PMZ 밖으로 옮겨야 한다는 우리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중국이 현장 방문을 주선하고 추가 설치도 없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지만 기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외교적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은 2001년 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을 PMZ로 설정해 어업 외의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은 ‘심해 어업 양식 장비’라며 부유식 구조물 선란 1·2호를, 또 그 관리시설이라며 석유 시추설비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했다. 2월엔 현장 조사에 나선 우리 해양조사선을 막아서면서 양국 해경이 대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중국의 행태는 서해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며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만들려는 ‘서해 공정’의 일환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 암초에 모래와 시멘트를 부어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 기지화한 전력이 있다. 다만 서해에서는 그런 인공섬을 만들기도 어렵고 해당 구조물이 당장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시설로 보기는 어렵다지만 중국이 야금야금 해상 영향력을 늘려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해양 권익 수호에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중국이 퇴거를 계속 거부한다면 우리도 유사한 위치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비례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일단은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을 설득할 시간을 줄 필요도 있다.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주변국 관계에도 신경 써야 하는 처지다. 중국의 올바른 선택을 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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