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개월·광주 3개월 … 법원 개시결정까지 3배差
"골든타임 놓칠라" 벼랑끝 지방기업들 상경신청 쇄도
지방에서 중소 제조업을 운영하는 A사는 최근 관할 법원이 아닌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공장과 본사, 임직원이 모두 지방에 있지만 서울 강남에서 한 사무실을 빌린 뒤 지점으로 등기해 신청서에 기재했다. 영업상 필수인 공간이 서울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A사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보전 처분 하나 받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며 "개시 결정이 늦어지면 회생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해 서울에서 회생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방 법원에서는 신청부터 회생 절차 개시까지 걸리는 기간이 서울 법원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울로 원정을 가 회생을 신청하는 지방 기업이 늘고 있다.
2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회생법원(1.0개월), 수원회생법원(0.9개월) 등 도산전문법원이 설치된 법원은 회생 신청 접수일부터 개시 여부 결정까지 한 달 남짓이 소요됐다. 반면 광주지방법원(3.1개월), 대전지방법원(3.2개월) 등은 석 달 이상 걸렸다.
법원별로 회생 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전문인력과 인프라스트럭처에 있다. 회생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전대규 변호사는 "지방 법원은 회생·파산 사건을 처음 맡는 판사가 많은 반면 서울은 이미 경험해본 판사가 대부분이라 실무 이해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신속한 회생 개시 결정이 필요한 지방 기업들의 원정 신청을 부추기고 있다. 납품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 상황에서 기업 회생 개시 절차가 지연되면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이다.
미국발 관세 쇼크, 중국산 제품의 저가공세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한계기업이 증가하면서 회생 신청이 매달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어 지방 기업들의 서울 원정 신청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법인회생 건수는 5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3건)보다 23.1%(100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법인파산 접수 건수도 922건으로, 전년 동기(810건) 대비 13.8% 늘었다. 모두 같은 기간 역대 최대 규모다.
[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