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등록 없이 활동
“檢 직접수사 대상 안돼”
검경 수사권조정에 발목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변호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권순일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14기)이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는지 안했는지 따지기 이전에 검찰의 기소 행위가 절차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민간업자인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회사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사들보다 훨씬 적은 몫을 투자하고서 초과이익 대부분을 배분받았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 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발장에 포함돼 있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사의 수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위법한 수사의 연장선인 이 사건 공소 제기는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2021년 1~8월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재직했다. 이때 관련 민사·행정소송 재판 상황을 분석하고 법률문서를 작성하거나 대응 법리를 만들어주는 등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 대가로 1억 5000만원을 수수했다.
대장동 사건이 알려진 뒤 2021년 9월 시민단체가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권 전 대법관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022년 1월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했고, 2023년 9월 “다른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사건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이송받았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을 한 차례 더 소환 조사한 뒤 2024년 8월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2021년 1월 시행된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6대 중대범죄로 한정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송치하지 않았는데도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섰다는 게 권 전 대법관 사건의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발된 이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피고인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개시한 건 위법하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권 전 대법관의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의 관련 범죄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수사 중인 혐의와 관련된 새로운 혐의를 인지한 경우에만 한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6대 중대범죄가 아닌데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하려면 검찰이 적법하게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이 있으면서 검사가 직접 인지한 경우여야 했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시민단체가 제출한 고발장에 담긴 내용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2023년 9월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조치도 위법하다고 봤다. 1차 수사종결권이 있는 경찰이 이를 행사하지도 않았는데 검찰이 임의로 사건을 재이송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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