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18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19대 대선과 제7회 지방선거 패배를 언급하면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출마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벌써부터 민주당이 나를 '문재인 정권 때 대선, 지선 패배한 투수였다'고, '패전처리 투수'라고 흠집 내기 시작했다"며 "그 말 맞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 대선 때는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당 재건이 목적이었으니 패전이 아니라 오히려 '승리투수'가 된 것이고, 지방선거 때는 트럼프까지 가세한 위장 평화 지선이었으니 이길 방법이 없던 선거였다"고 했다.
홍 시장은 "그 두 선거(대선, 지선)는 모두 거짓과 선동으로 국민들을 속인 선거 아니었냐"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국민들이 이미 두 번이나 속아봤기 때문에 세 번은 속지 않을 것이다. 설마 국민들이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냐"고 덧붙였다.
홍 시장의 이날 글을 두고선 두 개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 때와 달리 이번 조기 대선은 보수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홍 시장이 에둘러 조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는 해석이다. 홍 시장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통령이라는 것은 자명하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직을 내주고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2022년 3월에도 기자회견에서도 "천하경영의 포부를 대구 시정에서 먼저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었다. 그동안 홍 시장이 한동훈 전 대표를 강하게 비토한 배경에는 가장 유력한 경쟁자 제거라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종종 제기돼 왔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는 한 전 대표, 홍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3강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세 후보 모두 탄핵 후폭풍이라는 암초를 발 앞에 두고 있어 뚜렷한 1강은 좀처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먼저 한 전 대표는 탄핵 반대 당론에 반해 찬성을 주장, 당 대표에서 사실상 쫓겨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반면 홍 시장은 탄핵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보수층 결집에 나섰으나, 탄핵 정국을 헤쳐 나가기엔 중도 확장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오 시장은 탄핵 반대 입장에서 막판에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색채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언제든 당에서 출마 요구를 받을 수 있는 인사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인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이뤄진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48%의 압도적 우위에 이어 보수 진영에서는 한 전 대표 8.0%, 홍 시장 7.0%, 오 시장 5.7% 순으로 나타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5.7%였다. 원 전 장관은 4.8%,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4.0%,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2.8% 순이었다.
해당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ARS(휴대전화 100% RDD)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4.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