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나눔 이야기 〈5〉
수원서 달려온 12살 전시윤 군
쓰레기 줍기 등 5시간가량 도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전시윤 군(12)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전 군은 혼자 버스를 타고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가 자원봉사를 했다.
무안공항에는 광주 여중생, 경기 파주 고등학생 등 전국에서 혼자 자원봉사를 온 학생들이 많았다. 어른들의 경우 봉사 단체로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10, 20대 학생들은 소신을 갖고 혼자 자원봉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전 군은 전국에서 온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전 군은 4일 오전 6시 50분 수원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승차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3시간 만에 도착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수송버스로 환승해 이날 낮 12시 반경 무안공항에 도착했다.그는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무안공항에서 쓰레기 줍기, 분리배출 안내문 제작, 분향소 촬영금지 안내 등 5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그가 무안공항을 떠날 때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버스를 타는 곳까지 따뜻한 배웅을 했다. 이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을 거쳐 이날 오후 11시 반 수원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렇게 자원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12시간 동안 버스를 4차례 타고 600km 거리를 오갔다. 그는 16일 수원시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전 군의 수원버스터미널 배웅과 귀가를 도운 것은 엄마 이모 씨(49)였다. 이 씨는 “아들이 6세 때부터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다녔다”며 “하지만 수원과 무안국제공항 거리가 멀어 걱정돼 만류했지만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 더 말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보람을 느껴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수원시 파장초등학교 5학년인 전 군은 소외계층을 돕는 이웃들을 보고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어르신 주간 보호, 무료 급식 등 37회에 걸쳐 자원봉사활동을 경험했다. 그에게 꿈을 묻자 “변호사가 되고 싶다. 멋있게 보인다”고 답했다. 전 군은 “슬픔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데 (나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뉴스로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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