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른자위에 자리한 호텔 하나가 주가를 50% 끌어올렸다. 국내 최다 객실을 가진 '서울드래곤시티' 호텔과 인천 연수구 복합쇼핑몰 '스퀘어원' 등의 개발·운영사인 서부티엔디(서부T&D)의 얘기다.
증권가는 한류 열풍으로 인한 '인바운드 관광'(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관광)의 회복과 실적 탄력에 힘입어 서부T&D의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관광객 역대 최고치…용산 호텔 웃는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5일 기존 서부T&D의 종가는 8130원이다. 올 들어 이날까지 주가는 꼭 50% 급등했다. 종가 기준 연저점인 5200원(4월7일) 대비로는 56.35% 뛰었다.
최근 한 달간의 수급을 보면 기관과 외국인이 사모았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9억원, 29억원 매수 우위다. 다만 개인은 46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서부T&D의 본업은 관광 호텔업과 쇼핑몰 운영업 등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에서 호텔업과 쇼핑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4%, 22%다.
회복된 관광 수요가 주가를 밀어올린 동력 중 하나다. 인바운드 관광이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48.4% 증가한 1636만명으로,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인 2019년의 93.5% 수준까지 회복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387만명으로 전년보다 13.7% 늘었다. 이는 2019년보다도 0.7% 높은 역대 최고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드래곤시티 호텔의 객실점유율이 지난해의 '70% 초반' 수준에서 올해 큰 폭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드래곤시티는 국내 최다인 객실 1700개를 보유한 호텔 단지다. 객실 수가 상당한 만큼 객실이 조금만 더 차도 수익은 눈에 띄게 뛴다. 고정비 부담이 큰 호텔 사업은 고객이 늘수록 '레버리지 효과'를 보기 좋은 구조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 호텔 평균 객실 가격은 2023년 15만대, 2024년 17만원대다. 올해는 평균 객실점유율이 증가해 19만~20만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 이래 최고 객실료를 쓰는 중이다.
카지노 입점 효과도…증권가 "주가 더 오른다"
'카지노' 효과도 기대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회사인 GKL의 기존 강북힐튼점 카지노가 드래곤시티로 옮겨 2023년 1월부터 '세븐럭 서울드래곤시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지점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점과 부산 롯데호텔점도 제칠 만큼 본래도 돈을 잘 버는 핵심 지점이었다. 이 카지노가 호텔 안으로 옮겨오면서 GKL 카지노로부터 안정적 임대료를 챙기고, 중국인들의 호텔 투숙률도 높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드래곤시티와 GKL 카지노는 2022년 8월부터 10년간 임대차계약을 맺은 상황이고, 현재 호텔의 중국인 고객 비중은 15% 미만에 불과해서 향후 관련 수혜가 클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의 매출액은 2022년 848억원, 2023년 1194억원, 2024년 1355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평균 객실점유과 객실 단가가 함께 오르면서 매출이 크게 늘고, 레버리지 효과도 커져 실적 개선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올해는 용산 호텔의 매출은 약 150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에 육박하며 확실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며 "이 호텔은 연간 매출 900억원가량이 영업이익 분기점인데, 현재 4년째 영업이익이 큰 폭 증가세"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객실단가가 20만원을 넘지 않아 향후 상승여력도 크다"고 밝혔다.
이미 급등한 주가이지만 상승여력이 여전히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드래곤시티와 카지노 효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회사가 다음 성장동력으로 '부동산 개발'을 삼고 있어서다.
서부T&D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서울 신정동) 사업의 준공 시점이 2030년 말로 구체화됐다. 앞서 회사는 이 부지의 개발을 수차례 추진했지만 도시시설 계획상 '자동차 정류장'으로 용도가 묶여서 좌초됐다. 호텔만이 아니라 터미널 부지 개발도 본격화하면 부동산 자산가치의 동반 상승효과도 누릴 것이라는 게 증권가 기대다.
올 3분기에 중국 단체관광객 비자 면제 시범사업이 예정된 점도 호재다. 우리 정부는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당분간 비자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여름 관광 성수기 관광객들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