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호스피스 병동에는 말기 환자들이 가족에게 못다 한 말을 편지로 쓰도록 돕는 ‘내 마음의 인터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담당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 짧은 게 늘 안타깝다고 한다. 자기 삶을 돌아보고 가족들과 평온하게 작별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병상이 부족해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주로 오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호스피스에 온 지 짧게는 2∼3일, 길어야 몇 주를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짧은 안식조차 일부에게만 허락되는 게 요즘 실정이다. 국내 말기 환자 중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이 인구 100만 명당 최소 50개 이상 병상을 확보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37개뿐이다. 병원 입장에선 적자 사업이다 보니 정부 지원이 절실하지만 관련 예산은 인력 한 명 충원하기에도 벅차다. 결국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다 요양병원과 응급실을 전전하는 ‘임종 난민’들이 늘고 있다.
▷품위 있는 죽음은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 가능하다. 통증이 다스려지고 죽음의 공포가 누그러져야 비로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향서를 쓰는 이들이 급증했지만 실제 집행률이 낮은 건 존엄한 죽음을 위한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탓이 크다. 가족들이 무작정 치료를 중단하기엔 죄책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사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여론이 80%를 넘는 것도 고통 속에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호스피스같이 인간답게 눈감을 수 있는 대안이 다양하다면 무의미한 치료에 매달리거나 조력사를 고민하는 이들도 줄어들 것이다.▷정부는 지금이라도 호스피스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호스피스를 요양병원에도 도입하고, 건강보험 재정으로 인력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말기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죽을 땐 얼마나 더 아플까요.”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짐을 덜어주는 건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우선 복지의 하나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삶의 마지막 여행길의 풍경은 얼마든 바꿀 수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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