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칼럼]정청래 장동혁 좋은 일 시킬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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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선거인데 무당층 38%로 늘어
與 독주 견제하자니 張이 웃을까
張 심판하면 다 가진 與 웃을까
그래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는

이진영 논설위원

이진영 논설위원
선거 해보나 마나 15 대 1이라더니 두서너 곳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말들이 바뀌었다. 막바지 진영 결집이 일어난 데다 여당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관련 ‘조작 기소 특검법’을 발의하자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할 명분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원오-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좁혀졌고, 전재수-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김부겸-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지지율도 붙었다 떨어졌다 유동적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당층이 되레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국지표조사 결과 무당층은 4월 둘째 주 30%에서 5월 첫째 주 조사 때 38%로 늘어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무당층이 27%로 4년 전 선거 때보다 1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실제론 중앙 정당 간 대리전에 가깝다. 이번엔 전국 14개 지역구에서 재보궐선거까지 함께 치러지다 보니 정당의 대표 슬로건 영향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드시 승리해 내란의 싹까지 잘라내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자”며 내란 세력 심판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공소 취소 특검법은 이 대통령 범죄 지우기를 넘어 독재로 가는 마지막 톨게이트”라며 독재를 저지하자고 한다. 아직까진 내란 심판도 독재 저지도 마뜩지 않다는 게 ‘무당층 38%’에 반영된 민심일 것이다.

여당의 내란 심판론에 대해선 아직도 내란 타령인가 싶지만 아직도 그게 먹히는 게 국힘의 처지다. ‘절윤 없이 선거는 하나 마나’란 당내 아우성에도 친윤 인사들을 대거 공천했다. 여당이 조작 기소 특검법 발의에 ‘오빠’와 ‘악수 후 손 털기’ 논란으로 수세에 몰리는가 싶었는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계엄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반격의 힘을 확 빼놓았다. 진보층에 장 대표 사퇴 여부를 물었더니 ‘유지해야 한다’(44%)가 ‘사퇴해야 한다’(42.5%)는 여론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우세했다(미디어토마토 7일 발표). 장 대표가 있는 게 여당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어용 야당’처럼 견제 역할 못 하는 장 대표와 내란 잔당을 표로 심판해야 보수당이 정신 차리지 않을까.

그러자니 더욱 기고만장해질 여당이 두렵다. 제1야당 시절부터 탄핵안 발의를 30회 남발해 온 당이다. 집권 후엔 검찰청을 폐지하고 재판 소원제,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법을 강행 처리했다. 여당은 ‘사법 개혁’ 3법이라 하지만 헌정 질서를 뒤흔들고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 만드는 ‘사법 파괴’ 3법에 가깝다. 옛날 한 정치 세력은 선거로 집권해 합법적으로 혁명을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의 무기고(武器庫)에서 민주주의 무기로 무장하기 위해 의회에 적으로서 온 것”이라고 했었다. 민주당의 개혁을 내세운 입법 폭주를 보면 민주당 역시 국회에 그렇게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권력에 지방 권력까지 쥐여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그렇다고 여당의 오만을 심판하자니 장 대표가 안 나가고 버틸까 그게 또 걱정이다. 올 3월 어정쩡한 ‘절윤 결의문’ 발표 후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장 대표는 ‘절윤 했더니 지지율 떨어지지 않았느냐’고 여론조사 결과를 오독(誤讀)했다고 한다. 애초에 선거 예상치가 15 대 1이었으니 14 대 2, 13 대 3만 돼도 “당 대표 리더십 덕”이라 또 우길 것이다.

여당의 독재를 견제하자니 장 대표가 웃고, 국힘의 내란 세력을 심판하자니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웃을까 걱정인 기막힌 딜레마 상황이다. 내란 심판과 독재 저지 중 어느 쪽이 급하고 중요할까. 여당의 폭주부터 막아내는 것이 우선일까, ‘윤 어게인’과 절연하지 못하는 세력을 청산해 보수 재건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일까. 이쪽저쪽 다 싫다면 사표의 가능성을 각오하고 제3 정당의 후보를 찍는 방법이 있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의회 의원의 소속 정당을 달리해 찍는 교차 투표로 권력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지방선거는 관심도가 낮아 광역단체장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같은 당 후보로 줄줄이 찍는 ‘줄투표’ 성향이 강한데, 단체장과 의원들의 정당 쏠림이 없도록 투표해 지방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꾀하는 방법이다.

여당의 폭주와 국힘의 무능 모두 불신임한다는 뜻에서 아예 투표를 거부하면 어떨까. 투표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일이다. 기권하더라도 차악마저 선택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는 피할 수 없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반전주의자들을 겨냥해 “여러분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었다. 전쟁만 그렇겠나. 여러분은 선거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선거는 여러분에게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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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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