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세형]중동 새 변수로 떠오른 UAE의 ‘脫사우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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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국제부장

이세형 국제부장
아랍에미리트(UAE)는 중동에서 새로운 모델과 전략을 만드는 데 남다른 모습을 보여온 나라다.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할 때부터 UAE는
‘탈(脫)에너지 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지금은 모든 중동 산유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허브 전략, 글로벌 빅테크 유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과학 기술 분야 투자 등을 선도한 게 바로 UAE다.

원유 수출과 안보에서 파격 행보

이런 UAE가 최근 파격적인 행보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UAE는 이달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전격 탈퇴했다. OPEC 내 산유량 2∼4위권 나라가 원유 판매와 관련해 독자 행보를 선언한 것이다.

안보 면에서도 획기적인 조치에 나섰다. UAE는 올해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첨단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을 자국 영토에 설치했
다. UAE는 2020년 아랍 주요 산유국 중 바레인과 함께 가장 먼저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군사협력을 진행하고, ‘메이드 인 이스라엘’ 무기까지 도입한다는 건 파격 그 자체다.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으로 여전히 아랍권, 나아가 이슬람권에서 이스라엘은 ‘형제를 탄압하고, 성지를 점령한 나라’로 통하기 때문이다.

더욱 주목받는 건 UAE의 OPEC 탈퇴,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군사협력이 지니는 의미다. 이슬람의 발상지란 종교적 상징성과 막대한 오일달러를 통해 아랍권에서 ‘큰형’으로 군림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OPEC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운영돼 온 카르텔이다. 또 사우디는 그간 UAE를 포함한 걸프 지역 왕정 산유국들과 함께 집단 안보 전략을 구축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UAE는 사우디의 산유량 제한 정책으로 OPEC을 통한 원유 판매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이란 전쟁에선 자국을 포함해 미군기지들이 위치한 걸프국에 이란의 공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도 사우디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는 데 불만이 컸다. 한마디로, UAE로선 OPEC 탈퇴,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협력 같은 탈사우디 전략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중동 정세에 적잖은 파장 끼칠 듯아랍 주요국 중 노골적인 탈사우디 행보는 사실 카타르가 가장 먼저 선보였다. 카타르는 사우디와 지역 패권을 다투는 튀르키예와 이란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이유로 카타르는 사우디로부터 2017년 단교를 당했다. 이에 반발한 카타르는 2019년 OPEC을 탈퇴했고, 튀르키예 군대를 자국에 유치했다.

하지만 중동,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UAE와 카타르의 위상과 영향력에는 차이가 있다. 또 UAE와 사우디가 원래는 매우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도 UAE의 탈사우디 행보를 더욱 부각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중동 외교 소식통은 “UAE의 탈사우디 행보는 장기적으로 다른 중동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일달러와 외교력을 갖춘 쿠웨이트와 오만 등도 향후 사우디와의 거리 두기에 나설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시리아, 수단, 리비아, 예멘 등 중동 강대국들의 영향력 확장 경쟁이 벌어지는 나라들의 정세에도 UAE의 탈사우디 전략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중동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주로 수입했고, 최근에는 이 지역을 핵심 ‘방산 수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국도 이번 변화를 대(對)중동 외교 전략을 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사우디와 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고, 특히 UAE와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주요국들을 상대로 한 정교한 전략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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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국제부장 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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