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 상선에서 폭발과 화재라는 물리적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 정부는 피격 가능성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피격 사실을 기정사실화한 채 "한국이 참전할 때가 됐다"며 한국 외교안보 당국을 압박했다.
5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40분께 호르무즈 해협 내측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항 인근 해역에 정박중이던 벌크선 'HMM 나무' 함미에 위치한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일어났다. 선박에는 한국인 6명을 포함해 선원 24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 선사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 선박이다.
화재와 폭발 원인을 두고 당국과 선사가 조사에 나섰다. 아직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5일 0시 김진아 2차관 주재로 UAE, 사우디 등 중동 7개 공관 및 해양수산부와 함께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차관은 "우리 선박에 피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피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무인 수상정을 통한 자폭 공격이나 소형 보트에서 기관총 조준 사격으로 함미에서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UAE 푸자이라 항구의 석유 시설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역봉쇄를 밝힌 후 미국 군함이 이 같은 민간 상선 공격 작전을 실제로 수행했다. 지난달 19일 미 해군 구축함 스프루언스는 오만해 인근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 함미 기관실에 5인치 함포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후 강습상륙함 트리폴리에서 발진한 미 해병대원들이 헬기를 타고 이 화물선에 진입해 선원들을 제압하고 선박을 나포했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 미군이 처음 공격한 이란 국적 상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작전 후 "이란 선원들이 말을 듣지 않아 기관실에 구멍을 뚫었다"고 했다.
HMM 나무 벌크선이 유실된 기뢰와 접촉해 폭발이 일어났다면 침몰이나 더 큰 피해가 일어났을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나 흡착식 폭탄을 선체 측면에 부착하는 식으로 공격을 자행한 바 있다.
해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1600여 척 선박이 빠져나오도록 지원하겠다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발표한 직후 발생한 우리 선박 사고라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인명 사고 없이 논란이 될 만한 물적 피해를 봉쇄된 각국 선박에 가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이란 측의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HMM 관계자는 "기관실에는 엔진과 발전기 등이 있어 내부 화재일 가능성도 있다"며 "오늘 오후 기관실 안에 들어가서 상태를 파악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본인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한국 화물선 등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해성/김다빈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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