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신발 가져오세요”…친환경 캠페인에 숨은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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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스, 중고 신발 반납 고객에 5000원 할인
지난해 매출 감소 후 고객 접점 확대 주력
신원·휠라 등도 수거·기부 마케팅으로 매출 증대
ESG 경영 지표서 ‘소비자 참여’ 중요해져

  • 등록 2026-06-04 오후 3:16:20

    수정 2026-06-04 오후 3:16:20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가볍게 신은 것부터 오래 신은 신발까지 모든 크록스 신발을 수거합니다.”

신발 브랜드 크록스가 진행 중인 ‘올드 크록스. 뉴 라이프.(Old Crocs. New Life.)’ 캠페인 안내 문구다. 크록스는 올해 2분기부터 중고 크록스 제품을 매장에 반납한 고객에게 신제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수거된 신발은 상태에 따라 기부되거나 업사이클링된다. 버려지는 제품을 회수해 자원 순환에 동참한다는 취지다.

크록스 매장에 ‘올드 크록스. 뉴 라이프' 캠페인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4일 업계에 따르면 크록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5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크록스코리아가 실적을 공시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첫 역성장이다. 국내에서 크록스는 한동안 편안한 착화감과 지비츠 참을 활용한 커스터마이징 열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성장세가 멈춘 셈이다.

이에 크록스는 올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Old Crocs. New Life.’ 캠페인으로 기존 고객의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한편, 신제품과 협업 상품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환기하는 전략이다. 크록스는 크리에이티브 이노베이션 총괄로 합류한 스티븐 스미스가 선보인 신제품 ‘리플’을 비롯해 로컬 브랜드 앤더슨벨과의 협업 제품을 출시하며 트렌디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헌 제품 수거 캠페인은 패션업계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 온 ‘보상형 마케팅’의 일환이다. 기업은 버려지는 중고 제품을 회수함으로써 자원 순환과 친환경 소비에 동참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다. 동시에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과 신제품 구매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신발이나 의류처럼 교체 주기가 비교적 긴 제품군에서는 헌 제품 반납이 새로운 구매 명분으로 작용한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도 “반납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소비자는 새 제품 구매를 검토하게 된다. 단순 할인 행사보다 친환경 명분이 더해져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덜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의류 제조사 신원은 2021년부터 의류 나눔 비영리단체 옷캔과 함께 ‘기부 & TAKE’ 캠페인을 진행하며 매출 증대 효과를 거뒀다. 소비자가 신원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 가져오면 신제품 구매 금액대별로 할인 혜택을 즉시 제공하는 방식이다. 20만원 이상 구매 시 4만원, 10만원 이상 구매 시 2만원의 금액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캠페인 기간 매장 방문 고객이 늘면서 매출도 증가했다. 신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진행된 캠페인 기간(2025년 7월 3~13일) 매출은 직전 비교 기간(2025년 6월 19~29일)보다 약 5% 증가했다. 헌 옷 기부가 단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 전환으로 이어진 셈이다.

휠라코리아도 불용 재고와 고객 기부 폐의류를 활용해 새 제품을 제작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재기부하는 방식의 ‘리턴 투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2월 처음 시작한 이후 해마다 새로운 테마로 다양한 파트너 기관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리턴 투 케어 캠페인은 친환경 가치 소비와 자원 순환이라는 취지에 공감한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며 브랜드 접점을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며 “캠페인 론칭 초기 시점인 2023년 말부터 이후 캠페인을 진행한 2024년 말까지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헌 제품 수거 캠페인이 친환경 활동과 판촉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쓰지 않는 제품을 처리하면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재방문과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러한 캠페인은 단순한 할인 행사보다 소비자 참여를 끌어내기 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고제품 수거 캠페인은 제품 교체 수요를 앞당길 수 있고, 매장 방문 유도 효과도 낼 수 있다”며 “최근 기업의 ESG 경영 지표에서도 친환경 활동에 대한 소비자 참여 정도가 중요해지고 있어 기업들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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