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주머니와 각성제, 간이 화장실…”
무려 37시간을 논스톱으로 날아 대서양 건너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뒤 미국으로 귀환한 미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 조종사들이 장시간 작전을 버텨내기 위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품목들이다.
24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 무려 44시간 동안 B-2를 몰아 역대 최장시간 비행임무 기록을 세운 미 공군 퇴역대령 멜빈 G. 디아일의 경험을 소개했다.
누가 임무에 투입될지는 사전에 통지되지만, 출격 직전까지도 정확한 시간계획은 모르는게 보통이라고 한다.
현재 미 공군 지휘참모대학에 재직 중인 디아일 대령은 2001년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했을 때도 출격 3∼4시간 전에야 잠에서 깨어나 작전 브리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디아일 대령은 “대통령이 전화를 하면 그제야 우리는 이틀밤 연속 비행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화이트먼 공군기지내 의사들은 작전을 앞두고 조종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수면제를 처방한다.
일단 출격한 뒤에는 조종사 두 명이 간이침대에서 3∼4시간씩 번갈아가며 쪽잠을 자지만 긴장을 늦추는 건 금물이다.
배변 등 생리현상도 조종사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B-2의 조종석 뒤에는 별도의 칸막이 없이 화학물질로 냄새를 억제하는 간이 화장실이 있으나 조종사들은 혹여 내용물이 넘칠 것을 우려해 정말로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가급적 쓰지 않았다고 디아일 대령은 회고했다.
그러나 고고도에 맞춰 설계된 조종석 환경은 탈수를 유발하기 쉬운 탓에 물을 계속 마셔야 하며, 따라서 ‘소변 주머니’로 불리는 기저귀형 장비가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고양이 모래가 담긴 지퍼백 같은 장비다.
디아일 대령은 한시간에 한병꼴로 물을 마셨고 쌓여가는 소변 주머니 개수를 세며 시간을 보냈다면서 “44시간이나 있으면 이런 걸 하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