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본에도 열려있다지만…SK실트론 ‘쉽지 않은 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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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
정책 보호 아래 커온 실트론은 ‘경제 안보 자산’
SK는 해외 매각도 열어놨지만 정부 승인할까
SiC 사업 적자에 국내 원매자들 시큰둥
"까다롭고 비싼 매물" 평가 다수

  • 등록 2025-07-02 오후 6:53:52

    수정 2025-07-02 오후 6:53:52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SK그룹이 국내외 사모펀드들과 국내 유일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주요 후보들이 대부분 인수를 포기하기 시작하면서, 해외 자본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외국계로의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 매각 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얻기 쉽지 않아 막판까지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실트론을 인수할 국내외 사모펀드 등과 접촉 중이다. 참여자를 늘리고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입찰 기간을 연장한 만큼 높은 가격을 제시할 원매자들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분위기다. SK그룹측은 SK실트론 70.6%에 최소 3조 중반 이상의 가격대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후보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SK측은 해외 협상 테이블도 적극 열어둔 분위기다. 그러나 핵심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SK실트론의 성격을 감안하면, 해외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유일의 300mm급 실리콘 웨이퍼 생산 기업인 SK실트론이 국가 기반 인프라 수혜를 입으며 성장해온 핵심 전략기술기업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진=SK실트론 홈페이지)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해외 매각 및 기술 이전을 통제하는 법적 체계를 마련해 두고 있다. 300mm 웨이퍼는 반도체의 가장 앞단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생산 기술과 설비 및 인력 자체가 전략 자산이다.

이런 SK실트론의 경영권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려면 산업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계 매각은 거의 불가능하며, 미국계에 대해서도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SK실트론은 경제 안보 자산에 속하는 기업이라고 봐야한다. 충분히 산업부가 제동을 걸 만한 사안이고 수수방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년 뒤 기업을 찢어 팔 수 있는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 자체도 국가 산업전략 차원에서는 리스크인데, 해외 매각이라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지점에서 시장에서 국내 원매자로 거론되는 한앤컴퍼니나 MBK파트너스 같은 국내 사모펀드가 SK실트론을 인수한다 해도 회수 전략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상 사모펀드는 인수 기업을 4~5년간 보유하다 국내외 매각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전략기술로 지정된 SK실트론의 경우 잠재적 매각 대상이 국내로 제한돼 원매자 풀이 극히 좁을 수밖에 없다. 특히 SK실트론이 덩치가 상당히 큰 조단위 매물이라는 점도 재매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SK실트론을 사갈 전략적 투자자(SI)가 제한적이어서다.

한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해외에는 팔 수 없는 매물인데다, SK실트론의 SiC 웨이퍼 자회사의 손실도 상당하다.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SK가 원하는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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