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긴장 속 인도계 요직 진출 늘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 강하나
IT업계 다수 차지 젊은 남성 중심으로
공화당 지지성향 꾸준히 확대
내달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인도계들의 약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도계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내 인도계의 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데 이어, 공화당 정부에서도 인도계 인사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도계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미 NBC 뉴스는 22일(현지시간) “인도계 미국인 공화당 스타들이 새롭게 탄생한 한 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흐름을 소개하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요직에 등용된 인물로는 차기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지명된 캐시 파텔(44)이 꼽힌다. 인도계 이민자 2세인 파텔은 공판검사와 연방 하원 정보위원회 선임 고문 등을 거쳐 트럼프 1기 때 국가정보국 부국장,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테러 선임 국장 등 안보 분야 요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중 또 다른 인도계 인사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39)가 있다. 역시 인도계 이민자 2세인 라마스와미는 바이오테크 회사를 창업한 기업가로,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 나와 주목받은 뒤 탈락하자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우며 측근으로 부상했다.
이들 외에도 차기 법무부 시민권 담당 차관보로 지명된 하르밋 딜런(55) 변호사와 국립보건원(NIH) 원장으로 지명된 제이 바타차리아 스탠퍼드대 교수(56)도 인도계다. 두 사람은 모두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다.
또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부인 우샤 밴스도 인도계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인도계는 미국 내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대표성이 큰 집단이라고 NBC는 짚었다.
인도계는 미국 인구의 2% 미만을 차지하고 전체 아시아계 중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가장 강한 집단이지만, 그동안 인도계 내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의 비중도 꾸준히 늘어왔다고 NBC는 전했다.
‘아시아·태평양계미국인(AAPI)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대선 직후 인도계 미국인의 77%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으나, 올해 9월에는 인도계 미국인의 69%가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게 투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AAPI 데이터 설립자 카틱 라마크리슈난은 “트럼프는 18∼34세의 인도계 미국인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며 “라마스와미나 파텔처럼 미국에서 태어난 젊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태어나)최근에 귀화한 젊은 남성들도 포함된다. 아마도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1960∼70년대 인도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첫 번째 이민자 세대의 자녀들이 잘 교육받은 화이트칼라 엘리트층으로 성장하면서 공화당이 이들을 포용하게 된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우샤 밴스와 라마스와미의 경우 인도 카스트 계급의 상류층 가문 출신으로, 이들의 본래 보수적인 성향이 공화당에 잘 들어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시절부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냉랭한 관계를 이어온 것도 공화당에서 중국계 미국인들이 세력을 키우기 어려워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문제와 전략적 긴장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오랜 앙숙 관계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갈등은 군사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면서 인도나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19년 9월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인도계 대규모 집회에 모디 총리와 함께 손을 꼭 잡고 참석했다.
또 2020년 2월 인도를 방문했을 때는 대규모 환영 행사에서 모디 총리에 대해 “그는 위대한 리더이며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