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대한민국 곳곳이 예술로 물든다. 서울부터 전남·북, 충북, 대구, 부산까지 각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미술 축제가 관람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이달 말까지 개막하는 비엔날레만 총 7개에 달한다.
지난달 26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시작으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차례로 열렸다. 9월엔 청주공예비엔날레(4일),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18일),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26일), 부산 바다미술제(27일) 등 총 7개의 비엔날레가 일제히 막을 올린다.
◇ 공예와 디자인 가치 조명한 광주·청주
지난달 29일 시작한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흔히 ‘예쁜 쓰레기’라 불리는 보기에만 아름다운 제품을 넘어 ‘포용디자인’을 주제로 한 제품과 작품들을 선보인다. 포용디자인은 ‘모든 이가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이번 비엔날레에선 19개국 429명의 작가가 163점의 작품을 11월 2일까지 선보인다. 감자칼, 포크, 청소도구처럼 일상 생활용품부터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대항하는 구조물, 성소수자와 이민자 등 소외된 존재를 잇는 앱, 신체 감각을 극대화하는 공간까지 공동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한 결과물을 소개한다. 네 명의 큐레이터가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 등 네 개 관점으로 전시관을 기획해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을 성찰하게 했다.
‘세상 짓기’를 주제로 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3일 청주시 일원과 문화제조창에서 개막했다. 16개국에서 140명의 작가를 초청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본전시부터 특별전, 연계 전시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2개 전시가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11월 2일까지 역대 최장 기간인 60일간 계속된다.
◇ 묵향 가득한 전라도
전라도에서는 묵으로 표현한 우리 조상의 얼과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총 6개 전시관에서 열린다. 해남 고산윤선도박물관과 땅끝순례문학관부터 진도 소전미술관과 남도전통미술관, 목포 문화예술회관과 실내체육관에 이르기까지 전남 남부권을 삼각형 동선으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해남은 조선 후기 대표 화가 공재 윤두서와 겸재 정선의 작품을 통해 남도문인화의 뿌리를 밝히며 수묵비엔날레의 출발을 알린다. 진도에서는 소전 손재형 선생을 기리는 전시로 근현대 한국 서예의 흐름을 조명한다. 20개국 63명의 작가가 모이는 목포는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전시를 통해 수묵을 오늘날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팀랩(teamLab), 파라스투 포로우하르, 마리얀토, 지민석 등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미디어,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묵을 새롭게 바라본다.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서 시작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예술회관을 비롯한 전북도 일원에서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전개된다. 한글 서예와 타 장르를 융복합한 ‘자연, 사람, 한글먹빛전’, 1000명의 서예인과 종교인이 참여해 경전 필사를 수행하는 ‘서예로 만나는 경전’, 청년 서예가 발굴 공모 사업에 최종 선발된 4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K-서예전’ 등으로 채워진다.
◇ 대구는 사진 축제의 장
지난달 26일 시작해 11월 23일까지 이어지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미국 뉴욕에서 작가, 기획자, 편집자로 활동하는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가 예술 감독으로 초대돼 현대 미술의 발전에 영적인 경험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탐구한다. 힐마 아프 클린트, 백남준, 요제프 보이스, 요아킴 쾨스터 등 유수의 작가가 펼쳐낸 세계와 마주하며 새로운 서사를 발견할 기회를 선사한다.
부산과 대구는 각각 미술과 사진 축제의 장이 된다. 부산의 푸른 바다는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변모한다. 스위스 출신 큐레이터 베르다 피나와 한국과 독일에서 활동하는 기획자 김금화가 공동으로 전시 감독을 맡은 바다미술제가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일원과 몰운대, 고우니 생태길, 다대소각장 등에 장소 특정적 작품과 퍼포먼스, 연계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대구시는 18일부터 11월 16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세계적 예술가 80여 명의 사진과 영상, 설치작품 500여 점을 소개하는 사진 비엔날레를 연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파리 사진미술관 큐레이터를 지낸 에마뉘엘 드 레코테가 예술 총감독을 맡아 사진예술의 정체성과 역할을 살펴본다.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