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권 취소 대금을 소비자가 결제한 수단이 아닌 항공사 바우처로 환급한 트립닷컴에 제재를 내렸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 항공사 정책을 따랐더라도 국내 전자상거래법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환급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트립닷컴 트래블 싱가포르 프라이빗 리미티드와 트립닷컴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보고명령, 과태료 총 1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일 밝혔다.
조사 결과 트립닷컴 싱가포르는 2017년 1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항공권 판매 정보 제공과 청약 접수를 하면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 트립닷컴코리아 역시 2020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신고 없이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환불 과정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트립닷컴 싱가포르와 트립닷컴코리아는 2020년 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항공권 구매를 철회한 일부 소비자에게 최초 결제 수단 대신 항공사 바우처로 대금을 돌려줬다. 해당 기간 바우처 환급은 1만3010건으로 환급액은 약 31억5500만원 규모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항공권을 취소하면 결제 수단보다 불리하지 않은 방식으로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고 봤다. 개별 항공사가 바우처 환급 정책을 운영하더라도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 기준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트립닷컴 항공권 취소 과정 화면 고지내용. (자료=공정위)트립닷컴은 취소 과정에서 “환불은 항공사 바우처 형태로만 제공됩니다” 등 안내 문구도 표시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고지가 소비자의 자유로운 청약철회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트립닷컴 싱가포르와 트립닷컴코리아는 각각 지난해 9월과 1월 통신판매업 신고를 완료했다. 기존 바우처 환급 건에 대해서도 현금 환불 등 피해 회복 조치를 마쳤으며 지난해 7월부터 바우처 환급만 가능한 항공권 판매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온라인 여행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단순 중개 형식이라도 자체 사이버몰에서 판매 정보 제공과 청약 접수가 이뤄지면 통신판매중개자로서 신고와 환급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온라인 여행 플랫폼 등 플랫폼사업자의 소비자에 대한 청약철회권 보장 등 법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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