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재차 공식화한 가운데,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우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은 지난 21일 발표한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별도의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수단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어 그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하다"며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외부 충격으로 인해 가치 안정성을 상실할 경우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행기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 인출이나 국채 매도를 단행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유동성 정산이 빨라지고 실물경제와의 연결성도 강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 유효성 저하를 걱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의 구조가 100% 지급준비금 기반이고 감사 체계가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뱅크런이나 페깅 붕괴는 구조적으로 방지 가능하다"며 "규제를 잘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막연한 우려만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한은의 시각에도 반론이 제기됐다. 국경 간 원화 사용 통제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이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우려는 괴리감이 크다는 것.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 역시 현재의 산업 흐름과 어긋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한은은 '한강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과 같은 주요국이 CBDC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실제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CBDC 감시국가 반대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CBDC를 활용한 통화정책 수단이나 상품·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또한 "자신의 임기 중에는 CBDC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CBDC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은이 추진 중인 CBDC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와 단절돼 있다"며 "국제 금융은 달러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이와 연동되지 않는 구조에서 어떤 실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오랜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해 CBDC 사업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시기가 어긋난 것 같다"며 "한강 테스트에 참여 중인 시중 은행들도 CBDC 사업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CBDC가 도입되면 발권 능력이 중앙은행으로 넘어가고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도 떨어지고 사업성도 없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우리가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해당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이를 외면한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블루밍비트'에서 더 많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