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한시름 덜었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구축한 스마트폰 공급망을 당장 흔들 필요가 없어져서다. ‘관세 폭탄’에 따른 스마트폰, PC 제품의 소비 둔화 가능성도 줄어들어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업황 침체 우려는 잦아들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11일 ‘관세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마트폰을 상호관세 예외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은 지금처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글로벌 스마트폰의 40~50%가량을 생산하는데, 미국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46% 상호관세를 매겼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추락하는 만큼 삼성이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낮은 인도 브라질 한국 등으로 생산 물량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스마트폰 라이벌인 애플도 똑같이 면제 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삼성에 호재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전체 아이폰의 80~9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데, 이번 조치로 중국에 부과한 125% 상호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반도체 장비, 메모리 모듈을 뺀 나머지 제품은 원래 상호관세 면제 대상이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SSD, 반도체 장비 등도 상호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에 대규모 투자 중인 반도체기업은 장비 구입비 상승 부담을 덜었다.
스마트폰, PC 등이 상호관세 예외 품목에 들어가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호관세 부과→IT 기기 가격 상승→소비 둔화→범용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겼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반도체의 품목별 관세 부과 방향을 발표하는 만큼 안도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