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1월에 이어 이번달에도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175bp(1bp=0.01%포인트)로, 역대 최대폭인 200bp에 근접한 수준이다. 국내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성장 쪽으로 다소 기울어 있긴 하지만 금융안정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금리 역전폭이 큰 점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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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 AFP) |
연준, 예상대로 금리 동결…연내 2차례 추가 인하에 무게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시작한 이후 세 차례 연속 금 리인하를 결정한 이후 올 들어 두 번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연준은 성명서에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하면서, “위원회는 연준의 두 가지 목표(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에 대한 위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성명서에 있던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리스크가 거의 균형에 있다”는 표현은 삭제됐다.
경제전망을 통해서는 경기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종전보다 0.3%포인트 상향해 연 2.8%로 잡았다.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올해 말 실업률은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올려 4.4%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빠르게 사라질 인플레이션이라면, 때때로 이를 그냥 지나쳐 보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일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에는 변화가 없었다. 연준 위원들이 보는 올해 말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중앙값)은 3.9%로, 올해 약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한 위원이 19명 중 1명 뿐이었으나 이번에는 4명이 올해 금리 인하를 반대했다. 연내 두 차례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차례 인하(4명), 세 차례 인하(2명)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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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고민하던 때와 비슷”…깊어지는 한은의 고민 이날 공개된 성명서와 점도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등은 현재 미국 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신정부 관세정책발 불확실성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언급이나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연내 추가 인하에 반대하는 연준 위원이 늘어났고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확대를 담은 수정 경제전망은 향후 연준 통화정책이 제약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금통위)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지난달에는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를 내리기로 결정했으나,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위원들 간 의견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등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금통위는 이번 금리 인하기 들어 세 차례에 거쳐 기준금리를 75bp 인하했다.
장용성 금통위원은 전날(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시작됐는데 속도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봐야 할 것 같다”며 “요즘처럼 집값이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또 나오게 되면 예전의 고민으로 돌아갈 것 같다. 외환시장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한동안 달러인덱스(DXY) 때문에 환율이 오른다고 했는데 DXY가 내려갔는데도 환율이 안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추가 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짙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취지의 질문에는 “미국과의 금리차가 크고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도 봐야 할 것 같다”며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계속 낮아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니 그렇게 되도록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이번달에는 열리지 않는다. 상반기 중에는 다음달 17일과 5월 29일에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