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이 130번 "빠방"…車 경적소리, 인도 성장 발목 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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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차, 오토바이가 엉킨 길 한복판을 소 한 마리가 느릿하게 가로지른다. 그사이를 끊임없는 경적 소리가 메운다.’

인도를 여행한 경험이 있다면 흔히 마주쳤을 풍경이다. 인도 운전자들은 시간당 평균 130번 넘게 경적을 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길거리 소음이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인도 전체의 ‘성장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도 도시의 만성적인 경적 소음이 공중보건, 노동 생산성, 도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델리 거리의 평균 소음은 약 75데시벨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네 배 수준이다. 일부 도시에서는 100데시벨을 넘기기도 한다. 바로 옆에서 전기톱 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선 소음은 건강 악화를 유발해 생산성 손실로 연결된다. 지속적인 교통 소음은 청력 손실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수면 장애, 만성 피로도 유발한다. 인도 내 청력 손실 인구는 6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유럽에서는 교통 소음에 따른 건강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0.6%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소음 강도가 더 높은 인도에서는 잠재 손실이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소음은 기억력과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2년 바르셀로나 아동 2680명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교통 소음이 5데시벨 증가할 때 작업 기억 발달은 11%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교육 효과와 고급 인력 양성, 혁신 역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적은 도시 비효율을 보여주는 증상이기도 하다. 인도 도시 소음의 약 75%는 도로 교통에서 발생한다. 혼잡한 도로에서 경적은 단순한 경고 수단을 넘어 방향 전환, 재촉, 존재 표시 등 의사소통 수단으로 쓰인다. 신호와 차선, 교통 규칙에 대한 신뢰 부족이 경적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규제를 압도하는 교통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 당국은 병원과 학교 주변을 정숙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실제 소음은 기준치의 두 배를 넘는다. 경적 사용을 사실상 장려하는 도로 문화도 한몫했다. 인도 트럭 뒤에는 추월할 때 경적을 울려달라며 ‘경적을 부탁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인도 시장에 맞춰 내구성이 강한 경적을 적용한 차량을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음은 국가 이미지와 투자 환경에도 부담이 된다. 도시 생활 질에 악영향을 줘 외국인 인재 유치와 기업 근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인도에서 만성적 소음은 보이지 않는 생산성 비용이자 도시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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