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외화채 발행과 해외 법인 개설에 나선다. 국내 기업과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외화 자금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취지다.
"자본시장 성장판 기능 더할 것"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사진)은 16일 서울 여의도동에서 창립 7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김 사장은 “최근 한국 자본시장은 정부의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신규 투자자와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한국증권금융은 이에 맞춰 기존에 해온 자본시장 안전판 역할에 더해 시장 발전을 지원하는 성장판 기능을 더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유일한 증권금융 전담 회사다. 주식 등을 담보로 기업이나 금융투자업자에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투자자예탁금을 맡아 운용한다. 기업 오너일가들이 상속세 납부 등을 위해 주식을 대규모로 맡기고 자금을 끄는 것도 이 곳을 통해서다.
한국증권금융이 자본시장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는 창립 첫 해 1955년 700만원에서 2015년 8조8000억원을 거쳐 올 상반기엔 3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내년 초 외화채 발행…홍콩법인도 개소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신사업을 여럿 추진한다. 내년 초엔 처음으로 달러화 기반 외화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발행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증권사들의 외화 자금 조달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도 외화예탁금으로 증권사에 외화 자금을 공급할 수 있지만, 예탁금은 고객이 요청할 때 바로 돌려줘야 하는 자금인 만큼 증권사들이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한계가 커 수요가 적었다. 증권금융 입장에선 조달금리에 일정 수준의 마진을 붙여 증권사에 대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수익 기반이 강화된다.
김 사장은 “외화채는 장기 자금 조달 목적으로 쓰일 전망”이라며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상대방을 늘리고 외화채권 운용을 늘리는 등 외화 조달 경로 확대 방안을 여럿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에 걸쳐 금투업계와 기업 자금 조달 지원 기능도 강화한다. 내년 초엔 홍콩법인도 개소한다. 지난해 설립한 홍콩사무소를 확장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달 초 기준 홍콩에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사 여섯 곳이 진출해 있다.
이달 초엔 경기 이의동에 중부센터를 새로 열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 중인 경기 남부 일대에서 첨단기술산업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키운다는 취지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입주 기업 등에 우리사주·증권담보대출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최근엔 증권사들이 기존엔 담보로 활용할 수 없었던 해외주식을 신용공여 담보로 인정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부터 대형 증권사 두 곳 등이 해외주식을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며 “다만 해외주식은 국내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부 종목에 한해 담보 적격 기준을 보수적으로 운영한다” 고 말했다.
자기자본 4조원 '눈앞'…"유동성 공급 역할 더욱 강화"
한국증권금융은 올해 자기자본이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에 따라 자기자본(BIS) 비율 등 자본 건전성이 개선돼 시장 내 유동성 공급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고 했다. 한국증권금융의 BIS 비율은 2022년 21.43%였던 것이 2024년에는 23.85%로 2.42%포인트 상승했다.
내년부터는 반기배당을 추진한다. 한국증권금융은 비상장주로 최대주주가 한국거래소(지분율 약 11%)다. 이외 NH투자증권 등 증권단(38.7%), 우리은행을 비롯한 은행단(29.4%), 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주주다. 김 사장은 “주주권익 강화를 강조하는 사회적 추세에 맞추고자 한다” 며 “중소 증권사 등은 현금흐름 차원에서도 반기배당을 더 반기는 분위기” 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모험자본공급 확대 정책에 맞춰 금투업계 지원 업무를 강화할 것” 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 이익기반을 다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 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