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 전문 기업인 유비테크가 올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최근 대규모 로봇 계약으로 실적 개선세가 유력해지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황 호황세에 따른 반사이익이 전망된다.
○ 순손실에도 '올해 2배' 뛰었다
16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비테크는 4.99% 상승한 117.90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은 122.4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상승률(37%)을 웃돈다. 유비테크의 시가총액은 556억홍콩달러(약 9조9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총(약 5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더 많다. 최근 실적 개선세와 대규모 로봇 계약, 글로벌 투자 은행의 긍정적인 산업 전망 등이 잇따르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비테크의 매출은 6억2100만 위안(약 1210억3300만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했다. 순손실은 4억3900만 위안(약 855억7000만 원)으로 17.2% 축소됐다. 매출총이익은 2억1700만 위안(약 423억 원)으로 같은 기간 17.3% 늘었다. 실험용과 교육용, 물류용 등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군에서 가정용 로봇 관련 매출이 상반기 2억6010만 위안으로 48.90%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전체 매출 비중이 42%에 달한다.
이달 3일 유비테크는 중국 유명 기업과 2억5000만 위안(약 487억 원)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일 휴머노이드 로봇 계약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 로봇은 자동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탑재한 '워커 S2'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해진다. 회사의 대표 산업용 로봇이다. 배터리 교체 소요 시간은 약 3분 수준으로 연속적인 작업을 거의 중단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이 회사는 중국 미이자동차에 9051만 위안어치의 로봇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대표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를 비롯해 지리자동차, 반도체 기업 폭스콘 등도 이 회사의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 "집, 차 다 팔고 돈 꿔가며 버텨"
유비테크는 2012년 3월 중국 '첨단 기술의 요람'인 선전에 설립된 로봇 기업이다. 창업자인 저우젠 유비테크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일본의 한 로봇 전시회를 방문한 뒤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12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으나 자금난이 이어졌다. 아버지에게 90만 위안의 자금을 빌리고 홍콩과 상하이 소재 주택과 개인 차량 등을 처분하면서 연구 개발 비용을 충당한 사연은 이미 현지 언론을 통해 여러번 회자되는 일화다.
마침내 그는 2014년 첫 휴머노이드 이족 보행 로봇인 '알파'(Alpha)를 개발하게 됐다. 2016년 CCTV 춘절 갈라쇼에서 540대의 대규모 로봇을 동원한 '로봇 댄스'를 선보이면서 회사는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2018년에는 텐센트 등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총 8억2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로 평가됐다. 대표 로봇 모델인 워커 시리즈 역시 같은해 열린 'CES 2018'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팔이 추가된 2세대 워커가 탄생했다. 체스 두기, 마사지 등이 가능한 모델이다. 유비테크의 워커S 휴머노이드 로봇은 2023년 홍콩 증시 상장식에서 창업자인 저우젠 CEO와 함께 징을 울려 세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회사는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와 함께 연구용 로봇인 '텐궁 싱저'를 내놓았다. 복잡한 지형에서 시속 10KM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가격은 29만9000위안(약 5800만원)부터다. 올해 2분기부터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9일부터 징둥닷컴에서 판매되고 있다.
회사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1000대를, 내년에는 5000대에서 1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유비테크의 창업자인 저우젠 CEO는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회사가 실적 개선세를 나타냈다"며 "올해 500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을 포함해 총 1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IB "압도적 성장 가능성"
투자 업계는 유비테크를 눈여겨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말 글로벌 유명 투자사인 인피니 캐피털(Infini Capital)과 10억 달러(1조4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중동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언론은 "인피니 캐피탈은 적절한 시기에 유비테크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중동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동에 대형 공장과 R&D센터, 중동 본사 건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비테크의 실적과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HSBC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회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매출은 131%에 달하는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년 뒤인 2027년 매출 규모는 25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는 124홍콩달러로 제시했다. JP모간 역시 최근 유비테크의 목표주가를 135홍콩달러로 책정했다. 현 주가 대비 최대 14.5% 수준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