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무역원이 22일 발표한 ‘2025년 1분기(1~3월)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 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EBSI는 96.1로 나타났다. 4분기 만에 기준치인 100을 하회한 것이다. 100보다 낮으면 전 분기 대비 수출이 악화할 것이란 의미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산업연구원에서도 우울한 수출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1월 제조업 수출 전망지수는 76에 그쳤다. 2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하회한 것이다. 한경협이 12대 수출 주력업종의 15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에서도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응답 기업의 32.6%는 내년 수출 채산성(수출을 통한 이익의 수준)이 올해 대비 악화될 것이라고 답해 ‘개선될 것’이란 응답(20.6%)을 훌쩍 앞섰다.이들 기관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가전 등에서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EBSI 수치가 가장 낮은 사업군 세 곳은 가전(52.7), 철강‧비철금속제품(64.1), 반도체(64.4)다. 가전의 경우 북미와 유럽 등 수요 국가의 경기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철강‧비철금속제품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밀어내기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고, 반도체는 중국산 범용 메모리 반도체 공세 탓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 조사에서는 기계와 반도체, 디스플레이‧가전이 내년 1월 수출 전망 지수가 각각 47, 59, 67에 그치며 가장 전망이 안 좋은 산업군으로 분류됐다.
올해 한국 경제는 글로벌 고금리, 중동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수출 호조로 버티는 구조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경제성장률 2.33% 중 2.3%가 수출로 달성됐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8.6%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통상 환경이 더 어렵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경협 조사에서 수출이 올해 대비 부진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들은 주요 요인으로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39.7%) △관세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등을 꼽았다. 내년에 한국 기업의 수출 여건이 제일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미국(48.7%)과 중국(42.7%)이 꼽혔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각국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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