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경주기행’이 도달한 정서적 깊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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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영화 ‘경주기행’이 가족의 비극과 복수라는 익숙한 장르적 소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비틀며 ‘복수극’의 전형성을 깨부수고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무거운 상실과 복수를 이야기하면서도 시종일관 명랑함과 서늘함을 오가는 이번 작품은 독창적인 미장센과 묵직한 서사,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앙상블을 촘촘하게 엮어낸 수작이다.26일 개봉하는 ‘경주기행’은 막내딸 경주를 잃은 가족이 가해자를 직접 찾아가 응징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하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피비린내 나는 복수나 통쾌한 응징 자체가 아니다. 복수라는 극적인 여정을 통과하며 남겨진 가족들이 각자의 슬픔을 마주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에 더 깊이 시선을 둔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 세련된 블랙코미디의 힘‘경주기행’의 가장 돋보이는 성취 중 하나는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완급 조절이다. 영화는 가슴 아픈 비극을 중심에 두면서도, 오합지졸에 가까운 네 모녀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헤쳐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낸다. 깊은 슬픔 속에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연출은 영화에 독특한 리듬을 부여하며 최근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세련된 블랙코미디를 완성한다.무엇보다 비극 이후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진부한 신파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가 돋보인다.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리거나 눈물을 강요하는 대신 인물들의 감정을 담담하게 따라가기에, 오히려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는 순간들이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슬픔을 대하는 영화의 절제된 시선이 관객의 감정을 오래 붙잡는 이유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가학적 소비 없는 진짜 여성 연대… 엄마와 딸 사이의 미묘한 결‘경주기행’은 여성 캐릭터를 장르적 장치로 소비하는 기존 영화의 한계에서도 벗어난다. 단순히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넘어,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 안에 축적된 애증과 서운함, 희생과 질투, 연민과 사랑을 촘촘하게 포착하며 자신만의 여성 서사를 구축한다.아빠를 잃은 가정을 지탱하며 엄마의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는 첫째 딸은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만큼 가슴 깊은 곳에 한을 품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지원해주지 못하는 가족에게 불만을 쌓아온 둘째 딸은 엄마에게 늘 ‘가장 어려운 딸’로 남아 있다. 또 다른 딸은 막내에게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꼈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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