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 출신 20대 여성
日산케이 신문과 인터뷰서 증언
대한민국 적대시 김정은
한류 접촉 극단 탄압
“한국 드라마를 본 친구가 끌려가 총살됐다 들었어요. 드라마 좀 봤다고 총살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죠. 설령 죽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었어요.”
지난해 탈북한 20대 여성 A씨는 북한을 탈출한 이유와 김정은 정권의 폭정에 분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 산케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A씨는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류 등 한국 문화 접촉을 극단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어길시 무자비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이 같은 실태는 한국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봤을때 21세기에 이 같은 엽기적인 폭정이 횡행하는 나라의 존재는 생소할 수 밖에 없다.
A씨가 탈북한 직접적 계기는 김정은 정권에서 한류 등에 대한 문화 탄압이 한층 강화된 데 대한 불만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한국 드라마 팬으로, 북한에서 몰래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최신 작품들을 시청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은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문화에 대한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기 위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을 제정해 한국 드라마 시청, 유포, 심지어 한국식 말투까지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A씨도 길을 걷다가 옷차림이 한국 느낌이 난다며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적이 있고, 휴대전화를 압수당해 한국식 표현을 쓰지 않았는지 검열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는 적발되지 않았지 만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친구는 총살당했다.
함경남도 출신인 A씨는 지난해 10월 어머니, 이모, 선원 한 명 등과 함께 나무배를 타고 탈북을 단행했다. 출항 후 총을 쏘며 추격해오는 경비정 때문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44시간동안 표류하는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 속초에 도착했다.
그는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먹고 사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자유가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북한의 현실에 신물이 났다.
A씨는 북한에서 몰래 탈북자들이 북한에서의 경험을 증언하는 KBS 방송 프로그램을 접한 적이 있는데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눈물을 흐리며 “한국에서 지원을 받아 성공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고 “나도 반드시 한국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이라는 A씨는“탈북자로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증언함으로써 국제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북한에 있는 친구들이 (폭정에서) 구출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