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경유해 유럽 국가에 공급하던 러시아산 가스의 송출을 새해 첫날 완전 중단했다.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동유럽 국가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가스 경유를 중단했다"면서 "이는 역사적인 일로 러시아는 시장을 잃고 재정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도 같은 날 러시아산 가스의 우크라이나 경유 중단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기존에 자국 에너지 국영기업인 나프토가스와 가스프롬 간 체결된 5년간의 운송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주요 천연가스 판매처가 유럽 국가들인 만큼 공급로를 막아 러시아 재정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전략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을 크게 줄였으나 여전히 동유럽 국가들의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는 대유럽 수출로 연평균 50억유로(약 7조6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번 조치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EU에 가입된 동유럽 국가들과 몰도바는 가스 공급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몰도바는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에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만 EU의 가스 수입처 다변화가 이뤄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U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줄이는 한편, 카타르산이나 미국산으로 대체 수입처를 적극 확보해뒀다. 또 2020년 개통된 투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은 여전히 가능하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유럽 대륙의 가스 시스템은 회복력이 있고 유연하다"고 밝혔다.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