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CEO 특강 / 허선영 SK엠앤서비스 대표 이화여대서
말단 신입사원서 대표까지
아이 키우며 매순간 열정적
인생에 위기 순간은 필연
극복한 만큼 성장할수 있어
대기업 근무 희망한다면
협업·소통·공감능력 필수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계를 뛰어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선택하고 두려움 때문에 피하지 마세요."
허선영 SK엠앤서비스(m&service) 대표이사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매경CEO특강에서 30년이 넘는 자신의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커리어의 시작과 성공을 위한 조언을 건넸다.
허 대표는 1992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SK텔레콤의 차세대 정보기술(IT) 구축 총괄, 고객가치혁신실장, 통합유통센터장 등을 지냈으며 2023년에는 SK엠앤서비스 대표로 취임했다. 2022년에는 포브스코리아가 중견기업 이상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선별해 경영 성과에 따라 선정하는 '2022 파워 여성 CEO 50' 10위에 올라 주목받기도 했다.
SK엠앤서비스는 복지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대상 복지 플랫폼인 '베네피아'를 운영하고 있다. 베네피아는 고객사 3700여 곳, 고객 120만명을 대상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복지 포인트를 운용하고 있다.
허 대표는 SK텔레콤의 첫 여성 팀장이자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이었다. 2020년에는 SK텔레콤의 유통 자회사 PS&마케팅에서 SK그룹 첫 여성 CEO를 지냈다. 성공적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허 대표도 직장생활 초기에는 출산·육아와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를 겪었다.
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던 당시 임신 중이던 허 대표도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됐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본사에서 지점으로 이동해 경력을 이어나갔다. 허 대표의 열정 덕에 해당 지점은 최우수 영업 지점으로 선정됐고 작은 행운도 따랐다.
그는 "어느 날 지점에 서비스 모니터링 TV 프로그램 담당자가 몰래 촬영을 왔다"며 "한 외국인이 고객으로 가장해 불편사항을 내놓은 후 직원 반응을 보는 내용이었는데 내가 문제 해결을 위해 그분을 본사로 모셔가려고 택시를 타는 순간 '몰래카메라'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 찾아왔다. 2000년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처음으로 멤버십을 론칭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세 배가 넘는 비용이 지출되면서 커리어 위기를 맞았고 둘째까지 임신하며 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허 대표는 "좌절의 순간에는 항상 힘이 든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기면 더 큰 힘이 생긴다"고 회고하면서 "삶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닥치며 이를 극복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허 대표는 리더로서의 삶을 '외로운 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며 불 꺼진 사무실에서 혼자 고민했던 적이 많다"며 "하지만 한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단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한 회사의 대표가 되기까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 대표는 커리어 성공을 위해 필요한 태도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 해결과 협업능력 등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될 것, 도전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기회를 잡을 것, 매너리즘과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성장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신입사원이라면 어려운 미션이 주어지더라도 창의적 방안을 찾아 도전하고 반드시 해결해내고자 하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팀장으로 승진하면 일에 대한 전문성과 리더십이 쌓인다. 임원이 된 후에는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적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 대표는 기업에서 뽑고 싶어하는 인재상도 언급했다. 그는 "업무에 대한 호기심과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는지를 눈여겨본다"며 "면접 등에서 자신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근무를 희망한다면 구성원과의 협업, 소통, 공감능력이 필수"라며 "개인의 뛰어남만 강조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순 기자 / 김도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