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방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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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지방 소는 누가 키우나

빈집은 늘고 청년은 떠난다. 지방 대학의 교정은 조용하고 상가들은 셔터를 내린 채 한산하다. 지방 소멸은 더 이상 예측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됐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누가 지방 소를 키울 것인가. 해답은 지역의 ‘독자적 성장’에 있다.

지방의 생존은 독자적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 대학은 지역 인재를 길러내고, 기업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은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외부의 도움만 바라본다고 해서 길이 열리지는 않는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제자리를 지키며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자립의 토대가 마련된다.

물론 독자적 성장이라고 해서 ‘우리끼리만의 자립’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도권과의 협력,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연계 속에서 지방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중심은 따라가는 데 있지 않다. 교류 속에서 독자성을 키워야 한다. 부산이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산 스타트업 육성의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시도는 좋은 사례다. 더 나아가 세계해양포럼(WOF)이나 FLY ASIA(부산 주최 아시아창업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및 투자자들과 협력하는 경험은 지역의 독자성을 세계와 연결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중앙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리 독자적 성장을 이야기해도 정책적·제도적 뒷받침과 재정 지원이 따르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다행히 현 정부는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중에서도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기관 이동이 아니라 지역 창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해양수산 분야 창업이 늘어나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 소멸은 불가피한 흐름처럼 보이지만, 주체적 성장은 또 다른 길을 연다. 지역이 스스로 성장 모델을 만들고, 교류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면 지방은 수도권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다. 지방의 생존은 단순히 인구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자원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지방 소를 키우는 힘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나온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독자적 성장을 향해 끊임없이 모델을 만들어 가는 창업가와 경제 주체들. 그들이야말로 지방의 내일을 키워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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