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쌀 한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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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쌀 한톨의 가치

최근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마트에서 화장품과 과자 같은 기념품 대신 한국 쌀을 사서 돌아가는 이례적인 광경이 화제가 됐다. 일본 내 쌀 감산 정책이 장기화한 데다 잇따른 이상기후로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경을 넘어 쌀을 찾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쌀값 급등은 일본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쌀값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치솟자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급식의 쌀밥 배식을 주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비싼 쌀값을 감당하지 못해 내린 학교 측의 고육지책이라지만 경제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어린이들이 쌀밥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쌀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본 정부는 35년 만의 최대 규모로 한국 쌀 수입에 나섰다. 시범 수입된 한국 쌀 2t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 1주일 만에 매진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품질 좋은 한국 쌀에 대한 뜨거운 현지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쌀 가격과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임에도 쌀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60년대 136㎏에서 2025년 현재 56㎏으로 감소했고, 늘어난 적이 없다. 식습관 변화와 다양한 식문화 유입에 따른 시대적·환경적 영향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는 쌀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경고로 다가온다.

특히 이상기후가 더 이상 ‘이상’하지 않고, 지정학적 분쟁으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쌀산업은 단순한 식량 생산을 넘어 국가 안보 차원의 기간산업으로 재조명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쌀 소비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 자원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기의 시대에 접어드는 요즈음, 국민 모두가 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소중히 지켜내야 할 시점이다. ‘쌀 자급률 100%’, 불안한 시기에 이만큼 든든한 내 편은 없을 것이다.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눈부시게 성장하기까지 고봉밥 한 그릇 든든히 먹고 ‘밥심’으로 달린 우리 민족이다. 그런데도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데는 쌀밥에 대한 일부 오해가 작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침에 섬유질과 단백질, 탄수화물이 적절하게 포함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면 비만 예방과 집중력·사고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뜨끈한 밥 한 공기는 쌀산업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자 힘든 여건에도 우리 쌀을 지키는 농가에 보내는 최고의 응원이다. 쌀 자급률 100%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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