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출판·문학계 라인업
조경란·김애란·김멜라 장편
광복 80주년 관련서 줄줄이
뇌과학·젠더·철학책도 강세
폴오스터·밀란쿤데라 유작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문학 신드롬이 일었던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한국 소설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소설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한국 문단의 거목 황석영도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인 만큼 북한과 통일 관련서들도 줄줄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탄핵정국과 관련한 국가의 역할, 자유민주주의 논쟁, 리더십 책들도 두터운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 시대와 개인의 불안을 탐구하려는 뇌과학서와 여전히 논쟁이 격렬한 젠더 이슈 관련서, 대중적인 철학서와 요리책도 서점가를 휩쓸 전망이다.
우선 문단은 국내외 작가들의 신작으로 풍성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최대 관심은 한강 신작에 모인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한강 '겨울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 새해에 출간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강 문학의 현재와 새로운 지향점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강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작별'을 잇는 마지막 작품을 써서 겨울 3부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기는 미정이다.
황석영도 '철도원 삼대'를 펴낸 2020년 이후 5년 만에 장편소설 '할매'(가제, 창비)를 낸다. 간척지에 우뚝 솟아 미군기지의 확장을 막아내고 있는 600살 팽나무를 통해, 한반도 역사의 질곡과 평화의 메시지를 펼쳐낸다. 조경란, 정이현, 김애란은 단편을 묶은 소설집을, 황정은과 천선란, 이희주, 김멜라, 박서련은 장편소설을 낸다.
거장들의 유고 작품도 줄줄이 출판된다. 1주기를 맞은 신경림 시인의 유고 시집과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 가트너'(열린책들)가 출간된다. 밀란 쿤데라의 유작 '여든아홉 개의 말'(민음사)도 4월 출간 예정이다.
'중국의 프란츠 카프카'로 불리며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중국 소설가 찬쉐의 중편소설 '노쇠한 뜬구름'(열린책들)과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 조합으로 탄생한 새 생명체를 다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키메라의 시대'(열린책들)도 올해의 기대작이다.
광복 80주년과 최악의 정치 불안에 맞춰 굵직한 사상서와 인문 역사서도 눈에 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쓴 '자유의 길'(21세기북스)은 미국의 핵심 정치·경제 시스템이 진정한 자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힌다. 7월 출간되는 '비스마르크'(21세기북스)는 독일 통일을 이끈 비스마르크를 다룬 책 중 최고의 평전으로 평가받는다. 소국 프로이센을 유럽의 열강으로 키운 리더의 정치적 재능과 냉혹한 성격을 함께 다룬다. '24분'(문학동네)은 북한 핵미사일 발사 24분 후 워싱턴 상공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핵전쟁을 다룬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애니 제이콥슨이 수백 건의 인터뷰와 기밀문서 연구를 통해 핵전쟁이 몰고 올 파장을 예상했다. 바바라 월터는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열린책들)를 통해 민주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 분열을 다룬다. 미래학자인 최윤식은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짚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망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처드 리브스가 오늘날 남성들이 느끼는 불안을 파고든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민음사)도 기대해볼 만하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신간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문학동네)는 꽉 막힌 젠더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항적 상상력을 모색한다.
뇌과학 열풍도 계속된다. '극단주의에 빠진 뇌'(어크로스)는 사회적·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시대 어떻게 이데올로기적 함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의 신간 '이성이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는 합리적 추론을 지탱하는 지적 도구, 즉 이성을 어떻게 사용해야만 어리석은 판단이나 행동을 피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한다. 신경학자 차란 랑가나스는 '우리는 왜 기억하는가'(김영사)를 통해 학습, 의사 결정, 트라우마와 치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관여하는 기억의 위력을 파헤친다.
[이향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