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아비뇽 페스티벌’서 독자 대담
“인간의 반복된 폭력 다루려 집필… 차기작? 쓰고 싶은 소설 3개 있어”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아비뇽. 작가 한강(56)은 특유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쨍쨍한 햇볕이 쏟아지는 한여름이었지만, 그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한 장면처럼 내내 한겨울의 눈에 관해 이야기했다.
한 작가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이 작품을 언급하며 “눈은 차갑고 부드럽고 사라진다”며 “소설을 쓸 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눈이 내리기를 바랐다”고 했다. 눈이 내리는 것처럼 역사의 폭력에 대한 애도와 치유가 이뤄지기를 바랐다는 취지다.
이날 한강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인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독자와 만났다. 2024년 스웨덴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처럼 검은색 옷을 입고 단상에 올랐다. 야외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프랑스어로 “봉주르”라고 인사한 뒤 ‘어떻게 눈 위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를 주제로 1시간 12분 대담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일부를 직접 낭독하고 팬 사인회도 가졌다.한 작가는 이 자리에서 ‘정치적 글쓰기’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정치적인 소설”이라며 “‘소년이 온다’는 사람들이 사회적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제게는 굉장히 개인적인 소설”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작품을 쓰는 이유에 대해 “전 역사에 걸쳐 모든 인간들이 반복해서 저지르고 있는 폭력에 대해 쓰고자 했다”며 “며칠 전 아비뇽에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그 비가 3년 전에 서울에서 제가 맞았던 눈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7일 자신이 운영했던 독립서점 ‘책방오늘’의 문을 닫은 이유에 대해선 “건물이 팔리면서 세입자들이 다 나가게 됐다”며 “문 닫기 직전에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찾아와 손님 없는 오전 시간에 만나 이야길 나눠서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의 차기작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쓰고 싶은 소설이 지금 3개가 있다”면서도 “쓰고 나면 또 그사이에 (쓰고 싶은 것이) 생길 것이다. 끝없이 줄어들지 않는, 죽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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