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은 병목 증폭”… 日-中 연구에서도 “두 줄 서기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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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부활
수십 년간 이어온 ‘한 줄 서기’ 탓에… 우측 부품 마모율, 좌측보다 95%↑
한쪽 레인만 이용하면 자원 불균형
혼잡할땐 두 줄로 서야 수송 효율적… 전문가 “조건별 가변적 탑승 필요”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과학동아 제공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과학동아 제공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11년 만에 재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논란이 뜨겁다.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중 어떤 방식이 안전하고 효율적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한국의 에스컬레이터 정책은 1990년대 말 한 줄 서기 권장, 2007년 두 줄 서기 회귀, 2015년 캠페인 폐지 등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도가 에스컬레이터의 기계적 결함과 안전사고를 줄이고 수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 결단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시에 유연한 정책과 실질적인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2024년 지하철 역사 내 넘어짐 사고 597건 중 46%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했다. 2026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최신 연구는 여기에 불편한 수치를 더했다. 에스컬레이터 우측 부품의 마모율이 좌측보다 95%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온 한 줄 서기 관행이 기계에 가해온 물리적 압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 기계에는 ‘고역’이 된 한 줄의 배려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의 구조적 근간을 흔든다고 경고한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에스컬레이터는 하중이 좌우에 균등하게 분산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정밀 기계”라며 “한 줄 서기를 지속하면 롤러와 레일이 한쪽만 깎여 나가는 편마모 현상과 좌우 체인 길이가 다르게 늘어나는 불균형이 발생해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동적 하중’의 파괴력이다. 이용자가 가만히 서 있을 때의 하중(정적 하중)을 1로 볼 때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걸을 때는 3배, 뛸 때는 7∼8배에 달하는 동적 하중이 기계에 가해진다. 김 교수는 “보행자가 왼쪽 레인을 타고 오르내릴 때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는 금속 피로도를 급격히 높여 돌발적인 파괴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짚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애초에 움직이는 계단이지 뛰어가는 도로가 아니라는 뜻이다.

● ‘비워둔 줄’의 역설… 대기행렬이론으로 본 효율성

안전 문제를 차치하고 속도만 따져봐도 한 줄 서기는 낙제점에 가깝다. 실제 지하철 이용객 중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는 사람은 평균 25%에 불과하다.

에스컬레이터 위 인구 흐름을 연구한 마이클 푸 메릴랜드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쪽 레인을 걷는 사람에게만 할당하면 75%가 이용하는 나머지 한 레인은 과밀해지고 걷는 레인은 활용도가 떨어지는 자원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영국 런던의 홀본 지하철역 실험에서 두 줄 서기를 유도한 결과 같은 시간대 수송 용량이 약 30% 증가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를 ‘복잡계 시스템’으로 정의하며 “한 줄 서기는 진입 경로를 하나로 줄여 병목 현상을 증폭하는 전형적인 비효율”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일본 연구팀의 통계물리 모델 분석과 2018년 중국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역시 혼잡도가 높을수록 두 줄 서기가 전체 수송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을 냈다.

● “혼잡할 땐 두 줄”… 가변적 정책-실질적 조례 필요

두 줄 서기의 효용이 입증됐다고 해도 정책의 성패는 실질적인 행정력에 달렸다. 해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는 2005년부터 두 줄 서기를 제도화해 아시아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반면 일본 사이타마현은 2021년 조례 시행 후 보행자 비율이 20% 감소했으나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어 1년 만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줄서기의 답이 배려라는 이름의 관행이 아닌 안전과 데이터라는 과학적 근거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단순 캠페인을 넘어 지방자치단체별 조례 제정과 실질적인 처벌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모든 상황에 두 줄을 강요하는 경직된 정책보다는 혼잡도와 에스컬레이터 길이에 따라 규칙을 바꾸는 ‘조건별 가변적 탑승 정책’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공존한다. 푸 교수는 “실시간 혼잡도에 따라 두 줄 서기 여부를 안내하는 신호등 시스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동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parkd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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