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부활
수십 년간 이어온 ‘한 줄 서기’ 탓에… 우측 부품 마모율, 좌측보다 95%↑
한쪽 레인만 이용하면 자원 불균형
혼잡할땐 두 줄로 서야 수송 효율적… 전문가 “조건별 가변적 탑승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시도가 에스컬레이터의 기계적 결함과 안전사고를 줄이고 수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 결단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시에 유연한 정책과 실질적인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2024년 지하철 역사 내 넘어짐 사고 597건 중 46%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했다. 2026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최신 연구는 여기에 불편한 수치를 더했다. 에스컬레이터 우측 부품의 마모율이 좌측보다 95%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온 한 줄 서기 관행이 기계에 가해온 물리적 압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 기계에는 ‘고역’이 된 한 줄의 배려
더 큰 문제는 ‘동적 하중’의 파괴력이다. 이용자가 가만히 서 있을 때의 하중(정적 하중)을 1로 볼 때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걸을 때는 3배, 뛸 때는 7∼8배에 달하는 동적 하중이 기계에 가해진다. 김 교수는 “보행자가 왼쪽 레인을 타고 오르내릴 때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는 금속 피로도를 급격히 높여 돌발적인 파괴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짚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애초에 움직이는 계단이지 뛰어가는 도로가 아니라는 뜻이다.
● ‘비워둔 줄’의 역설… 대기행렬이론으로 본 효율성
안전 문제를 차치하고 속도만 따져봐도 한 줄 서기는 낙제점에 가깝다. 실제 지하철 이용객 중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는 사람은 평균 25%에 불과하다.
에스컬레이터 위 인구 흐름을 연구한 마이클 푸 메릴랜드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쪽 레인을 걷는 사람에게만 할당하면 75%가 이용하는 나머지 한 레인은 과밀해지고 걷는 레인은 활용도가 떨어지는 자원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영국 런던의 홀본 지하철역 실험에서 두 줄 서기를 유도한 결과 같은 시간대 수송 용량이 약 30% 증가했다.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를 ‘복잡계 시스템’으로 정의하며 “한 줄 서기는 진입 경로를 하나로 줄여 병목 현상을 증폭하는 전형적인 비효율”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일본 연구팀의 통계물리 모델 분석과 2018년 중국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역시 혼잡도가 높을수록 두 줄 서기가 전체 수송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을 냈다.
● “혼잡할 땐 두 줄”… 가변적 정책-실질적 조례 필요
두 줄 서기의 효용이 입증됐다고 해도 정책의 성패는 실질적인 행정력에 달렸다. 해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만 수도 타이베이는 2005년부터 두 줄 서기를 제도화해 아시아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반면 일본 사이타마현은 2021년 조례 시행 후 보행자 비율이 20% 감소했으나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어 1년 만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줄서기의 답이 배려라는 이름의 관행이 아닌 안전과 데이터라는 과학적 근거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단순 캠페인을 넘어 지방자치단체별 조례 제정과 실질적인 처벌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모든 상황에 두 줄을 강요하는 경직된 정책보다는 혼잡도와 에스컬레이터 길이에 따라 규칙을 바꾸는 ‘조건별 가변적 탑승 정책’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공존한다. 푸 교수는 “실시간 혼잡도에 따라 두 줄 서기 여부를 안내하는 신호등 시스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박동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parkd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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