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24일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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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통상협의’가 이번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고 정부가 20일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를 예고한 25%의 상호관세와 반도체 등 품목관세, 이미 부과를 시작한 자동차 관세를 줄이기 위한 무역 협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것이다.

미국 정부 요청으로 열리는 이번 협의에 우리 측에서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다. 개최일은 24일(현지시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지난해 566억달러에 달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상업용 항공기 구매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통상과 안보 문제는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관세협상 24일 본격 시작

韓, 대미 무역흑자 줄일 방안 제시…방위비 증액은 분리 대응할 듯
막 오르는 한·미 관세 협상

애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관세 협상을 위한 별도 출장이 계획돼 있었다.

그러다 미국 측이 ‘두 장관이 이왕 워싱턴DC를 방문하는 김에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요청해 ‘2+2 통상 협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금융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여론도 악화하자 미국 행정부가 다소 조급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동을 ‘협상’이 아니라 ‘협의’라고 규정하고 미국 측 요구를 ‘일단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달래기 ‘패키지’ 먹힐까

협상에 참여하는 양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한국은 미국이 발표한 25% 상호관세를 철폐하거나 줄이는 게 최대 관심사다. 미국은 지난 3일부터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15%의 국가별 개별관세는 90일간 유예한 상태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품목관세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은 관세율 인하 대가로 무역수지 흑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요구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566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한국 정부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항공기 구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무역흑자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LNG 수입은 일부 중동 국가에서 들여오는 장기 계약이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차례로 종료돼 현재 10%인 미국산 비중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또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함에 따라 미군 함정 공동 건조, 조선업 인력 육성 지원 등을 약속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통상 협상과는 분리해 대응하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20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두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관세 협상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방위비 증액이 변수

우리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와 관련해 다양한 축소 방안을 선제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의 통상마찰 원인 중 하나인 비관세장벽에 대해서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일부 미국산 소고기 수입 거부 등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원스톱 쇼핑 협상’에는 선을 긋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대표적이다. 양국은 2026~2030년 방위비 분담 협정에 지난해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 합의안을 확정짓기 위해 한국은 국회 비준까지 받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가 맺은 국가 간 약속을 무시하고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더라도 우리는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인터뷰에서 “방위비 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틀이 마련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안에 따라 협의가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미 관계를 수년간 좌우할 협상을 권한대행이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헌법과 관련 법률상 선출된 대통령과 권한대행 사이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을 묻자 “노코멘트”라고 했다. 권한대행 체제의 협상 권한에 대한 미국 측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언급으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국익 차원에서 최대한 협상하고 나머지 부분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마무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영효/김대훈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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