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믿고 계약, 결국 날 등쳤다" 민희진, 눈물로 호소 [CEO와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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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믿고 계약, 결국 날 등쳤다" 민희진, 눈물로 호소 [CEO와 법정]

약 260억원으로 추산되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두고 하이브와 소송 중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사진)가 27일 재판에 직접 나와 증언했다. 그는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할 당시 “하이브의 최고경영자(CEO)가 저를 등칠 일 없다는 생각에 (법률대리인의 도움 없이) 사인했다”며 경업금지조항이 포함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 심리로 이뤄진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당사자 신문에 응했다.

"경업금지 조항 몰랐다…심각한 배신감"

그는 풋옵션 관련 내용이 담긴 주주 간 계약 체결 당시 상황과 관련해 “박지원(전 하이브 대표이사)은 당시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에게 불만이 많았고, 그런 불만을 저와 교류하고 있었기에 절 속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며 “(보유 지분) 5%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경업금지, 노예계약에 가까운 조항을 넣었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절세를 위해선 다음 분기로 넘어가기 전에, 즉 3일 안에 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다고 했다. 자길 믿어라 하기에 사인했다”고도 밝혔다.

경업금지 조항을 인지한 이후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는데, 심각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민 전 대표는 진술했다. 그는 “박 전 대표에게 이게 무슨 말이냐, 왜 이렇게 된 거냐 물었는데 박 전 대표는 말을 빙빙 돌렸고, 심지어 콜옵션 관련해 ‘속일 거면 콜옵션을 넣었지 않았겠냐’고 거짓말을 했다”며 “실제로 콜옵션은 걸려 있었다. 이 사람들이 다 같이 짜고 날 등치려고 한 거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민 전 대표 측이 하이브에 주주 간 계약의 수정을 제안한 것이 뉴진스를 하이브에서 독립시키기 위한 것이었냐는 질문엔 “여러 가지 면에서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풋옵션 행사 시 ‘30배 배수’를 제안한 것이 계약 위반이라는 하이브 측 주장에 대해선 “30배 아닌 13배로 받아도 된다. 피곤하고 힘들지만, 하이브가 선을 넘었기에 싸워야 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브 믿고 계약, 결국 날 등쳤다" 민희진, 눈물로 호소 [CEO와 법정]

해당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민 전 대표가 작년 11월 풋옵션 행사 통보를 해 산정 기준 연도는 2022~2023년이다. 이 기간 어도어의 영업이익은 2022년 -40억원(영업손실), 2023년 335억원이었다. 지난해 4월 기준 민 전 대표가 어도어 주식 57만160주(18%)를 보유한 것을 토대로 계산하면 민 전 대표는 약 260억원을 받을 수 있다.

민 전 대표는 이 계약을 본인이 제안한 것임을 밝히면서 “하이브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 의장은 어도어를 만들 때부터 100% 하이브 소유임을 강조했는데, 동기 부여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뉴진스가 데뷔하자마자 잘 된 것에 대한 하이브의 견제가 너무 심했고 피곤했기에 박 전 대표에게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약하자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는 하이브 상장의 제물이었다"

민 전 대표는 모회사인 하이브가 자회사인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를 견제하고 공격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처럼, 하이브는 방 의장이 맨 위에 있고 그 밑에 수많은 레이블들이 존재하는 구조”라며 “(내가 합류하기 전까지) 하이브에는 BTS 한 팀만 있었고, 상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영입한 것으로 생각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을 거치며 깨달은 건데, 나는 하이브 상장의 제물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 의장에 대해 민 전 대표는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통해 회사를 외적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나 직원은 소모품처럼 취급했다”며 “내게도 ‘(하이브를) 나가서 적이 되는 것보다는 겟(get)하는 게 낫다’고 했는데, 굉장히 이상한 표현이라 느꼈을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말 안 듣는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뉴진스)이 인기 많은 것보다 말 잘 듣는 다른 레이블에서 (인기의) 재료를 전부 공급받아 공장화해서 회사를 더 키우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내겐 뉴진스를 홍보하지 말라, 르세라핌을 민희진이 하는 것처럼 헷갈리게 하고 싶다고 박 전 대표가 분명히 얘기했다”고도 했다.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의혹과 관련해 민 전 대표는 “아일릿의 티저가 공개된 이후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님들이 ‘(아일릿에) 왜 우리 아이는 없냐는 얘길 들을 정도로 비슷하다’며 ‘이게 말이 되냐’고 먼저 물어봤다”며 “르세라핌이 뉴진스보다 먼저 데뷔하고 뉴진스의 성적이 홍보되지 않은 데 대해 하이브에 불신이 쌓인 상황에서 국내 커뮤니티와 해외 팬들의 SNS 등이 떠들썩해지니 회사에 항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 믿고 계약, 결국 날 등쳤다" 민희진, 눈물로 호소 [CEO와 법정]

그러면서 방 의장에게 “나를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이렇게 대놓고 베낄 수 있나, 내가 (하이브) 안에 있으면 마음껏 베껴도 아무 말 못 할 줄 알았나”라는 취지의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민 저 대표는 밝혔다. 그는 “어도어 대표로서, 배임하지 않으려면 아티스트 보호가 우선”이라며 “(뉴진스 멤버와 부모님들의) 권리가 침해됐다면 당연히 대신 항의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를 염두에 둔 것이었냐는 물음에 민 전 대표는 “월드투어 계획까지 세워 놓은 상황에서 (계약 해지가) 도대체 어떤 실익이 있나”라며 “가만히 있다가 풋옵션 행사할 수도 있는데. 계약 해지도 쉽게 되나. 하이브가 너무 싫었지만, 책임감으로 붙어 있으려 가처분도 두 번이나 한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8월 하이브에서 해임된 이후 뉴진스 프로듀싱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위임계약을 거절한 사유에 대해선 “계약 기간이 2개월뿐이었고 신임 어도어 사장이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언플(언론플레이)용이었기 때문”이라며 “그 회사에 있는 게 지옥 같았지만, 뉴진스 때문에 견뎠다. 내겐 투명하고 깨끗하게 경영한 죄, 쓴소리한 죄밖에 없었기에 잘릴 이유도 없었다. 끝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고 했다. 이어 “1개 분기만 기다리면 풋옵션 대금이 거의 세 배로 뛰는데, 돈 때문이었다고 얘기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민 전 대표는 울먹이기도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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