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외국학생 다 떠나라"…美유학 금지에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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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학교를 옮기거나 최악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결정하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반(反)유대주의’를 근절하라고 압박해왔는데 하버드대가 이를 거부하자 하버드대에 대해 유학생을 받을 있는 자격인 ‘학생·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했다. 유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조치에 당황해하고 있다.

◇ 외국인 학생 비자 못 받아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SNS에 “하버드대가 법을 준수하지 않음에 따라 SEVP 인증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가 캠퍼스 내에서 폭력과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중국 공산당과 협력한 것에 책임을 묻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SEVP는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프로그램이다. 미국 내 학교가 합법적으로 외국인 학생을 받는 데 필요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학생들이 인문·자연과학대 등 주요 건물이 몰려 있는 ‘하버드 야드’ 지역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 학생들이 인문·자연과학대 등 주요 건물이 몰려 있는 ‘하버드 야드’ 지역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SEVP 인증이 취소된 학교는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유치할 수 없다. 기존 학생도 다른 학교로 전학하거나 미국 체류 자격을 상실한다. 현재 하버드대의 전체 학생은 약 2만4500명이며 이 가운데 외국인 학생은 27%가량인 약 6800명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의 갈등은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반격을 가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 대학가에선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여론이 커졌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주요 명문대는 반전 시위의 진원지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하버드대를 지원하던 유대인 억만장자들이 기부금을 끊는 일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조기 퇴진하기도 했다.

유대계에 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후 하버드대 내 반유대주의와 DEI(다양성·포용성·형평성) 정책을 비난하며 하버드대를 압박해왔다. 하버드대 입학 정책, 교수진 채용 등에 대한 정부의 감사권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26억달러에 달하는 연방정부의 연구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 유학생들 긴장

놈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비슷한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에 내린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가 다른 대학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유학생들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한국인 하버드대 유학생은 기자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고등교육 통제를 위해 유학생을 장기판의 졸로 사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간 학생들은 다시 입국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조치가 철폐되기 전까지 휴학하겠다는 하버드대 학생도 있다고 한다. 하버드대 한인학생회 황정호 회장(컴퓨터사이언스과·4학년)은 “이미 취업했거나 취업을 앞둔 졸업생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체류 신분이 어떻게 유지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다”고 했다.

하버드대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은 학부 기준 4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학원생을 포함하면 학생 수가 더 많다. 미국 내 전체 한국인 유학생은 4만3000여 명으로 인도(약 33만 명) 중국(약 27만7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김선민 다트머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대학이 세계 학문을 주도하게 된 것은 외국인 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이런 조치로 학생은 물론 교수들도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워싱턴=이상은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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