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암 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매일 낮은 강도·중간 강도·높은 강도의 신체활동을 더 많이 할수록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보다 암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심부름, 집안일과 같은 가벼운 강도의 신체활동과 관련된 암 위험 감소를 평가한 첫 번째 연구로 알려졌다.
NIH에 따르면, 이전 연구에서도 신체활동과 암 위험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은 자가 보고 설문지에 의존했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의 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객관적인 측정 방법을 사용한 과거 연구들은 고강도 신체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미 국립암연구소가 주도한 이번 연구에서는 참여자(중위 연령 63세)들이 일주일 동안 총 일일 활동량, 활동 강도, 일일 걸음 수를 추적하는 손목 가속도계를 착용해 비교적 정확한 활동량 측정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일일 평균 활동량과 신체활동과 관련 있는 13가지 암 유형의 발병률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참가자 8만5394명 중 2633명이 평균 5.8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13가지 암 유형 중 하나를 진단받았다.
신체 활동 상위 20%, 하위 20% 보다 암 위험 26% 감소분석 결과 일일 신체활동량이 가장 많은 사람(상위 20%)은 일일 신체활동량이 가장 적은 사람(하위 20%)보다 암 발병 위험이 26% 낮았다. 상위 2번째 20% 그룹에 속하는 사람도 맨 하위 20% 대비 암 위험이 16% 낮았다. 또한 매일 앉아서 보내는 시간을 저·중·고강도 신체 활동으로 대체할 경우 암 위험이 비슷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구·사회학적 요인, 생활방식, 흡연, 음주, 체질량 지수(BMI) 등 여러 변수를 조정한 후에도 신체활동이 많을수록 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관성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하루 걸음 수가 많을수록 암 발병 위험이 낮아지는 상관관계도 발견했다. 걷는 속도(걸음 강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 7000보, 일 5000보 대비 암 위험 11% 감소…9000보는 16% ‘뚝’
하루 5000보를 걸은 사람에 비해 하루 7000보를 걸은 사람은 암 발병 위험이 11%, 하루 9000보를 걸은 사람은 16% 낮았다. 9000보가 임계치로 나타났다. 9000보에서 걸음 수를 늘려도 추가 혜택은 없었다.
연구진은 신체활동이 적은 사람은 어떤 속도로든 걷기를 일상생활에 더 많이 포함시킴으로써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일일 총 신체 활동량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걸음 수 측면에서 볼 때, 걷는 강도보다 하루 총 걷는 양이 암 위험 감소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암 예방을 위해 ‘더 많이 움직이고 덜 앉아 있으라’는 공중 보건 지침과도 일치한다”라고 이 연구의 제1저자인 NIH 옥스퍼드 캠브리지 프로그램 박사 전 연구원(predoctoral fellow) 알라이나 슈레브스가 말했다.
한편 신체활동 부족과 관련 있는 13가지 암 유형은 방광암,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식도암, 상복부암, 두경부암, 신장암, 간암, 폐암, 골수성 백혈병, 골수종, 직장암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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