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더하면 직선에서 빨라진다. 그러나 무게를 줄이면 어디에서나 빨라진다.”
로터스 창립자, 콜린 채프먼(Colin Chapman)은 이 같은 제조철학으로 스포츠카를 양산했다. 그의 철학은 포뮬러 원에서 활약한 로터스 레이스카뿐 아니라 양산 스포츠카 라인업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1957년 로터스 세븐으로 시작해 최신 모델인 에미라까지, 동일한 원칙으로 차량을 제작한 덕분에 로터스는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로 명성을 얻었다.
1957년~1973년 성인용 조립식 장난감 ‘로터스 세븐’초창기 로터스의 일반도로용 자동차는 완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 ‘키트’ 형태로 제공됐다. 1957년 출시된 로터스 세븐이 그 주인공이다. 오롯이 ‘달리기 성능’과 ‘운전 재미’를 위해 섀시 위에 엔진과 알루미늄 패널만 달랑 얹은 형태였다.
1957년~1963년 경량·공기역학 설계로 르망 24시간 레이스 우승 ‘로터스 엘리트’
세븐과 같은 해에 등장한 로터스 엘리트는 2도어 4인승 쿠페 스포츠카다. 경량·공기역학 설계를 적용한 덕분에 차량 무게는 503kg, 공기저항계수는 Cd 0.29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풍동 테스트 시설조차 없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로터스의 엔지니어링 능력이 돋보인다.
1966년~1975년 로터스 최초의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 ‘로터스 유로파’
비슷한 시기 로터스는 ‘합리적인 가격의 양산 2인승 미드 엔진 스포츠 쿠페’ 제작을 목표로 또 다른 모델을 개발했다. 1966년 선보인 브랜드 최초의 미드십 후륜구동 스포츠카, 유로파가 주인공이다.
1975년~1982년 GT 세그먼트에 도전장 내민 ‘로터스 에클라트’
1975년, 엘리트의 후계자로 등장한 에클라트는 루프라인이 트렁크 끝까지 떨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과 뒷좌석을 갖춘 2+2 쿠페 차량이다. 당시 로터스 기준으로 꽤 큰 2.2L 엔진과 1055kg의 공차중량을 지녔다.
1976년~2004년 가장 장수한, 가장 아름다운 로터스 ‘로터스 에스프리’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가장 사랑받았던 로터스를 꼽으라면 단연 에스프리다. 1976년 등장해 2004년까지 판매된, 로터스 역사상 가장 장수한 모델이다.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쐐기형 디자인과 백본 섀시, 미드십 후륜구동 파워트레인 구성이 돋보였다.1982년~1992년 에클라트 후속으로 개발된 패스트백 GT ‘로터스 엑셀’
로터스 2+2 패스트백 GT의 계보는 엘리트→에클라트→엑셀로 이어진다. 1982년, 당시 로터스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파트너십을 맺고 2세대 셀리카 수프라 개발을 도왔다. 이를 계기로, 로터스는 나이든 에클라트를 대체할 엑셀을 출시할 수 있었다.
1989년~1995년 전륜구동 로드스터로 부활 ‘로터스 엘란’
첫 번째 엘란이 단종된 지 약 14년 만인 1989년 2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국내 소비자에겐 기아 엘란으로 친숙하다. 당시 로터스는 브랜드 진입장벽을 낮추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의 경량 로드스터’ 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물이 엘란 2세대다.
1996년~2021년 진정한 미드십 후륜구동 경량 로드스터 ‘로터스 엘리스’
전륜구동으로 잠시 눈길을 돌렸던 로터스는 1996년, 2도어 미드십 경량 로드스터 엘리스를 출시했다. 오늘날 에미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이다.
2000년~2021년 엘리스의 쿠페 버전으로 출발 ‘로터스 엑시지’
2000년대 들어 로터스는 엘리스를 밑바탕 삼아 쿠페 버전인 엑시지를 출시했다. 1.8L 가솔린 179마력 엔진을 시작으로, 193마력을 내는 트랙 버전도 선보였다. 2004년 출시한 시리즈 2부터는 본격적인 트랙 머신으로 엘리스와 차별점을 형성했다.
2006년~2010년 보다 편안한 GT 스포츠카 탄생했으나 짧은 역사 기록 ‘로터스 유로파 S’
2006년, 로터스는 엘리스 시리즈 2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한 유로파 S를 출시했다. 50년 전 등장한 유로파의 이름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보다 편안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실내를 강조한 GT 성향의 미드십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다만, ‘순수함’이 강점인 엘리스 플랫폼의 한계는 명확했다. 900kg 대 공차중량과 200마력을 뿜어내는 2L 터보 엔진은 굽잇길에서 운전의 재미를 줬지만, 이 차의 출시의도인 GT 성향을 진하게 풍기진 못했다. 결국 로터스는 4년 만에 유로파 라인업을 단종하고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갖춘 에보라를 출시했다.
2009년~2021년 유로파의 완벽한 오답노트 ‘로터스 에보라’
유로파로 뼈아픈 예습을 거친 로터스는 후속 모델인 에보라를 출시했다. 4인승 그랜드 투어러 컨셉에 걸맞게 V6 3.5L 가솔린 단일 모델로 나왔으며, 공차중량은 자동변속기 기준 1.4톤으로 로터스 기준으로 꽤 무거운 차량이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짠 강건한 차체와 단조 알루미늄 서스펜션은 굽잇길뿐 아니라 장거리 고속주행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뽐냈다.
2022년~현재 브랜드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 ‘로터스 에미라’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 중인 에미라는 77년에 달하는 로터스 스포츠카 역사의 방점을 찍는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이다. 여러 줄기로 나눴던 라인업이 하나의 차로 집약된 ‘통합 후속작’이기도 하다.
에미라는 경량 미드십 후륜구동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에보라가 가진 GT 스포츠카의 특성도 지녔다. 또한, 하이퍼카 에바이야를 쏙 빼닮은 외모와 흔치 않은 6단 수동변속기 옵션 등 에미라만의 희소가치를 지녔다. 에미라는 최근 1만 대 생산을 돌파하면서,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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