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전 규모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당장 제자리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여전히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해 온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만큼은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의정 갈등이 단기간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이미 발표된 1,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공개된 1차 실행방안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수술·응급·소아 등 적합 질환 환자 비중이 지난 1월 기준 52%로 집계되는 등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발표된 2차 실행방안엔 비급여 관리체계 및 실손보험을 개혁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래 해당 정책 패키지에는 개원면허제 도입과 미용 의료시장 개혁 내용 등을 담은 3차 방안까지 들어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파면 등의 여파로 3차는 보류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1, 2차 실행방안은 중단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생각이 다르다. 이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대 정원 3058명 동결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복지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패키지는 “지속할 동력이 부족하다”며 “과제 추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다.
가톨릭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대 의대 각 학년 대표자들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폐지와 정책 실패에 따른 사과를 요구하며 “우리의 투쟁 의지는 굳건하다”고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필수 의료 패키지는 필요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은진 서울대 의대 중환자실 교수는 지난달 한 라디오에서 “필수 의료 패키지 중 상당 부분은 핵심 중증 치료를 하는 의사들에게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남정민/이영애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