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의 불모지’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픽업트럭 시장이 활성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아가 출시한 타스만 주문이 증가하는 데 이어 KG모빌리티(KGM)와 지프 등 국내외 회사가 픽업트럭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가 지난 2월 13일부터 계약을 받은 타스만의 이날 기준 계약 건수는 5000대에 육박했다.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니라 국내에 처음 선보인 정통 픽업트럭임을 감안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픽업트럭은 1만3954대였다.
지난달 초 출시한 KGM의 첫 전기 픽업트럭 무쏘EV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소EV는 지난달 5일 계약을 시작한 후 2주 만에 계약 물량이 3200대를 넘어섰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1990년대 급속도로 성장했다가 2020년부터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고급 승용차와 수입차 전성시대가 시작된 데다 SUV 수요가 크게 증가한 여파다. 픽업트럭 강자이던 쌍용차(현 KGM)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신차 출시가 끊기는 등 선택지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2019년 4만2825대가 팔리며 정점을 찍었다.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한국GM이 작년 7월 출시한 픽업트럭 올뉴콜로라도가 7000만원대인 높은 가격에도 400대의 초도 물량이 하루 만에 판매된 것이다. 올 들어선 상품성을 갖춘 새 픽업트럭이 잇달아 출시되며 붐업 조짐이 감지된다. 픽업트럭은 소형 화물차로 분류돼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국내외 차량 판매사들은 픽업트럭 판매에 힘을 주고 있다. 지프는 이날 ‘2020 북미 올해의 트럭상’을 받으며 상품성이 입증된 뉴글래디에이터를 국내에 출시했다. 한국GM은 콜로라도와 시에라, KGM은 무쏘 스포츠(옛 렉스턴 스포츠) 등의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