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로 현대미술가 짐 다인이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올해로 91살을 맞은 그는 60여 년간 회화부터 드로잉, 조각, 판화, 사진, 시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가 이번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전시 ‘My Words & Pinocchio’는 ‘그리기’와 ‘쓰기’에 집중한다. 피노키오 신작 드로잉 8점과 조각, 시를 드로잉한 작품, 전시장 벽에 직접 써 내려간 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짐 다인의 예술세계에 있어 피노키오와 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 살 무렵 영화관에서 본 디즈니 영화 피노키오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피노키오에는 인생과 예술에 대한 은유가 녹아 있다“며 ”피노키오의 발이 불에 타고 거짓말을 할 때 코가 늘어나는 등 고난을 겪는 것에서 단지 어린이들의 동화가 아니라 인생의 역경을 담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피노키오를 통해 예술은 기적과 같다는 것을 느꼈다“며 ”제페토가 나무 조각으로 피노키오라는 소년을 탄생시킨 것은 우리가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연필을 들어 글을 쓰는 것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짐 다인의 피노키오는 지저분한 캔버스를 배경으로 한다. 그림을 그린 후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 위에 기억과 감정을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작가는 ”내 작업 세계는 보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기억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훈련을 했다“며 ”한 번 그렸으니 또 다시 똑같이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우고 다시 그리며 1년간 10여점 남짓의 작품만을 남긴 적도 있다"고 전했다.
시에 대한 관심 역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그는 소설책 한 권조차 읽기 힘들 정도로 난독증을 앓았다. 대안으로 시를 읽으며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시로 표현하게 됐다. 작업실 벽의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시를 써 내려가며 글자를 재배열하고 콜라주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시는 그렇게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됐다. 그는 지난 50여 년간 벽에 작업한 시를 모아 12권 이상의 시집을 출간했고, 이번 달에 또 한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시 낭독회와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다.
짐 다인의 가장 유명한 모티브는 ‘하트’와 ‘목욕가운’이다. 수십년간 그려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두 주제애 대해 작가는 ”이전에 그린 소재들 역시 여전히 내 안에 있다“며 ”언제 어떤 소재를 사용할지는 내가 인생의 어느 단계에 와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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