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끈 전희철 감독(52)은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경기 용인시 SK나이츠 체육관에서 만난 전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팀이니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정규리그에서 승률 75.9%(41승 13패)로 역대 최소인 46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전 감독에게 ‘정규리그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뒀는데, 그에 비해선 챔프전 우승 확률을 다소 낮게 잡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전 감독은 “우리가 전력 누수 없이 ‘오래달리기’를 잘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맞지만 전력이 상대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전 감독의 말처럼 SK는 이번 시즌 개막 전엔 중위권으로 분류됐던 팀이다. 김선형(37), 오세근(38) 등 베테랑들의 나이가 많고 이렇다 할 전력 보강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챔프전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정규리그의 영광도 물거품이 된다. 이번 시즌은 SK가 휩쓸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팀 통산 두 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SK는 23일 정규리그 4위 KT와 4강 PO(5전 3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전 감독은 SK의 강점인 ‘속공 농구’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PO라고 해서 전술을 바꿀 순 없다. 우리 팀의 선수 구성을 가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속공을 극대화하겠다”라고 말했다.
SK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선형(가드·평균 12.9점)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안영준(포워드·평균 14.2점), 정규리그 득점 1위 자밀 워니(센터·평균 22.6점) 등 속공 가담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SK는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7.8개의 팀 속공 성공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전 감독은 선수 시절을 포함해 22년 동안 SK에 몸담았다. 그는 SK에서 2군 감독, 전력분석 코치, 운영팀장, 수석코치 등을 지낸 끝에 2021년 감독으로 취임했다. 특히 전력분석 등을 담당하면서 영상 분석과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사령탑이 된 그에게 큰 자산이 되고 있다.SK는 이번 시즌 2라운드에 3연패를 당한 적이 있다. 이때 전 감독은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받아 앞선 18경기에서 나온 이기적 플레이와 이타적 플레이 등이 담긴 4000여 개의 영상을 준비했다. 전 감독은 “영상을 토대로 선수들과 미팅하면서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이런 노력 덕에 우리 팀은 그 어느때보다 강한 조직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 분석 미팅 이후 SK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전 감독이 선수 시절 사용한 등번호 13번은 SK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안방인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엔 전 감독의 유니폼이 걸려 있다. 전 감독은 “여러 보직을 거쳐 감독이 되기까지 힘든 일도 있었지만, 안방 구장에 걸린 내 영구결번 유니폼을 보며 이겨냈다. 많은 추억을 함께 한 SK에 또 하나의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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