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첫 우승 15년 걸렸다… 손흥민 “꿈 이룬 난 가장 행복한 사람”

2 weeks ago 7

토트넘, 맨유 꺾고 유로파리그 정상
우승상금 포함 1000억원 돈방석
손, 후반 22분 교체투입 퍼즐 완성… 韓 선수중 4번째 유로파 챔프 등극
“지난 17년간 아무도 못한 일 해내… 오늘만큼은 내가 토트넘의 레전드”

토트넘 주장 손흥민(노란색 주장 완장·가운데)이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토트넘은 이날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승전에서 1-0으로 이겨 17년 만에 공식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빌바오=AP 뉴시스

토트넘 주장 손흥민(노란색 주장 완장·가운데)이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토트넘은 이날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승전에서 1-0으로 이겨 17년 만에 공식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빌바오=AP 뉴시스
태극기를 몸에 두른 주장 손흥민(33)은 토트넘(잉글랜드)을 대표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받은 뒤 진한 입맞춤을 했다. 시상대 중앙으로 발길을 옮긴 그는 발을 동동 굴러 동료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뒤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15년 동안 꿈꿔 왔던 첫 우승의 꿈을 이룬 순간이었다.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15kg)는 UEFA 대회 트로피 중 가장 무겁다. 챔피언 세리머니를 하다가 트로피에 이마가 긁혀 붉은 상처가 생겼지만 손흥민의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영국 ‘TNT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꿈을 이뤄낸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토트넘은 22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의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전반 42분에 나온 브레넌 존슨(24)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발 부상으로 한 달여간 결장했다가 최근 복귀한 손흥민은 이날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프로 데뷔 후 15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한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모습. 토트넘 인스타그램

프로 데뷔 후 15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한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모습. 토트넘 인스타그램
손흥민은 “우승을 간절하게 원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결승전 꿈을 꿀 정도였다”고 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우승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그만큼 컸다. 앞서 손흥민은 UEFA 챔피언스리그(2018∼2019시즌)와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2020∼2021시즌)에서 팀이 결승까지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2016∼2017시즌을 2위로 마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칠 때마다 손흥민은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내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3전4기 끝에 “우승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찾아 퍼즐을 완성하겠다”던 목표를 이룬 이날은 현장을 찾은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63)의 품에 안겨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랜 우승 가뭄에 시달렸던 토트넘도 2007∼2008시즌 EFL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무관(無冠)’에서 벗어났다. 유로파리그(전신인 UEFA컵 포함)에선 1984년 이후 41년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그동안 토트넘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할 때마다 여러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하지만 손흥민은 재계약을 이어가며 팀에 남았다. 6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멤버 중 지금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EPL 득점왕(2021∼2022시즌·23골), 역대 토트넘 선수 통산 득점 5위(173골) 등의 기록을 가진 손흥민은 이번 우승으로 팀의 진정한 레전드가 됐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손흥민은 토트넘 현대사의 최고 선수로 남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소 “우승이 없다면 레전드가 아니다”라고 말해 왔던 손흥민은 이날은 당당하게 말했다.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못 해낸 일을 해냈다. 오늘만큼은 내가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손흥민은 한국 선수로는 네 번째로 유로파리그 챔피언이 됐다. 앞서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72)이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1979∼1980시즌)와 레버쿠젠(1987∼1988시즌)에서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을 두 차례 제패했다. 김동진(43·현 축구대표팀 코치)과 이호(41·현 인천 수석코치)는 2007∼2008시즌에 제니트(러시아)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UEFA컵 우승을 이뤄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유럽클럽대항전 우승팀 주장이 된 손흥민은 “한국인으로서 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돼 너무 자랑스럽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가족처럼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른 토트넘은 다음 시즌에 최상위 레벨 대회인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번 대회 상금과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참가 보너스 등을 합쳐 최대 5440만 파운드(약 1008억 원)를 챙기게 됐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리더로 팀에 헌신한 손흥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손흥민을 위한 날을 만들고 싶었다. 지난 10년 동안 손흥민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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