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대신 브랜드 밀도…파지티브호텔에 꽂힌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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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서울 도산공원 인근 '파지티브호텔(Positive Hotel)'이라는 이름의 한 건물. 언뜻 보면 호텔을 떠올리기 쉽지만 숙박업체는 아니다. 이곳에서는 객실 대신 스무디와 지중해식 식단, 올리브오일 캡슐 같은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되며, 위층에서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이 열린다. 먹고, 움직이고, 쉬는 경험을 한 생태계 안에서 제공하는 구조다.

이데일리는 현재 B프라임 성격의 후속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는 파지티브호텔의 정형록 대표를 만났다. 지난 2017년 설립된 파지티브호텔은 웰니스 기능성 식품, 요가·명상 프로그램, 오프라인 기반 커뮤니티를 도산과 선릉에서 운영하는 웰니스 브랜드다. 회사는 프리미엄 웰니스 소비재 브랜드로서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2021년 스톤브릿지벤처스와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자사몰 중심의 매출 성장과 오프라인 기반의 멤버십 구축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VC가 리드하고 국내 VC가 참여한 60억원 규모의 후속 라운드도 마무리했다.

정형록 파지티브호텔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형록 파지티브호텔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웰니스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파지티브호텔 제공)

유통보다 경험, 프랜차이즈보다 브랜드…파지티브호텔의 성장법

정형록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했고, 이후 벤처캐피털인 LB인베스트먼트에서 심사역과 뷰티 브랜드 최고경영자를 거쳤다. 창업자이면서도 투자자 관점에서 숫자와 브랜드를 함께 보는 배경이다.

그가 파지티브호텔을 설명할 때 반복적으로 꺼낸 단어는 '연결'이었다. 식품과 운동, 명상, 콘텐츠가 각각 따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경험 안에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건강은 하나의 요소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좋은 것을 먹는 것, 몸을 움직이는 것, 정신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은 조직 구성에도 반영돼 있다. 파지티브호텔 팀은 크리에이티브와 공간, 플랫폼, 글로벌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요가, 멘탈, 푸드 등 제품과 프로그램 영역에는 각 산업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단순히 건강식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조직이 아니라, 제품과 공간,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를 갖추려는 것이다. 향후 식품을 넘어서 어패럴,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정 대표가 '브랜드를 가장한 유통'을 경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을 많이 노출하고 판매 채널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파지티브호텔이 지향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매출과 이익은 브랜드가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며 "오히려 더 중요하면서도 만들기 어려운 것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내러티브, 취향"이라고 말했다.

파지티브호텔은 실제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본격적인 채널 확장은 의도적으로 미뤄왔다. 대형 유통망을 통해 매출을 빠르게 키우기보다 자사몰(D2C)을 중심으로 고객 접점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고객 경험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D2C를 기반으로 1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사업성을 검증했다.

후속 투자 앞둔 파지티브호텔… 웰니스 생태계 구축 본격화

후속 투자를 앞둔 파지티브호텔은 당장 매장을 많이 내거나 유통 채널을 넓히는 방식의 확장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형 유통망에 들어가면 매출은 빠르게 늘 수 있지만,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와 가격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가 '브랜드를 가장한 유통'을 경계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금을 바라보는 시각도 일반적인 소비재 스타트업과는 다소 다르다. 정 대표는 "투자금은 마케팅에 태우기 위한 돈이라기보다 회사가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보유하는 현금에 가깝다"고 말했다. 식품 사업을 하다 보면 환율과 원재료 가격, 물류비, 품질 이슈처럼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현금 체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변수 대응력이 다르다"고 했다.

이 같은 태도는 최근 벤처투자 시장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는 매출 성장률이 우선 평가됐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자본 효율성과 손익 관리 능력을 함께 본다. 파지티브호텔이 후속 투자를 추진하면서도 자금을 곧바로 광고와 프로모션에 쏟아붓지 않겠다는 이유다. 오히려 브랜드 콘텐츠와 자체 유통 플랫폼 등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데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그렇다고 확장을 멈추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파지티브호텔은 주요 도시 거점을 중심으로 식품과 운동, 명상, 콘텐츠, 기업 파트너십을 연결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데이터 분석 SaaS 기업도 이 과정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제품 구매와 프로그램 참여, 멤버십 활동을 더 정교하게 파악해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와 만나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인력 영입도 이 연장선에 있다. 파지티브호텔은 크리에이티브와 콘텐츠·미디어, 헬스케어, 글로벌 분야 인재를 영입하며 제품 판매를 넘어 콘텐츠와 서비스 쪽으로 브랜드를 넓히고 있다. 정 대표는 "웰니스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오래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롱제비티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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