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6〉 판 데르 아스트 ‘과일, 꽃, 조개껍데기’
16, 17세기 유럽 부유층 수집 열풍
‘꽃 사이에 시든 잎’ 윤리적 메시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열리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 전시된 ‘과일, 꽃, 조개껍데기’는 ‘호기심의 방’의 회화 버전이라고 봐도 손색없다. 튀르키예를 통해 유럽에 전해진 튤립, 밀림의 새빨간 앵무새, 중국 청화백자 등 이국적인 생물과 소품으로 가득하다. 각각이 겹치지 않게끔 따로따로 배치해, 마치 수집품 진열장을 들여다보듯 면밀히 살피게 된다.
이 그림은 생생한 묘사와 색채의 향연으로 정평이 난 네덜란드 화가 발타사르 판 데르 아스트(1593∼1657)가 1620년대에 그렸다. 당대 네덜란드는 세계를 무대로 무역망을 구축했고 천문학과 자연사, 물리학 등 과학혁명의 산물을 적극 받아들였다. 아마추어 자연 연구가와 수집 애호가들은 표본 수집을 넘어 앵무새나 도마뱀 같은 이국적인 생물을 반려동물로 기르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판 데르 아스트는 정물화를 통해 이 같은 경제적 풍요 이면의 도덕적 성찰까지 짚어내려 한 듯하다. 작품을 소장한 미국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은 “화려한 꽃 사이 배치된 시든 잎이나 곤충은 세속적 가치의 유한함과 죽음의 필연성을 경고하는 윤리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화가는 사물 묘사를 넘어 화려한 번영 뒤에 숨은 인생의 허무함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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